1분기 가계신용, 역대 최대폭 감소했지만…주담대 규모는 사상 최대

2023-05-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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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설명하고 있다.

박창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올해 1분기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결제) 규모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동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잔액은 직전 분기 대비 감소 폭이 역대 가장 컸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13조7000억원 줄어든 185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직전 분기보다 10조3000억원 감소한 1739조5000억원, 판매신용은 같은 기간 3조4000억원 줄어든 11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상품 별로는 1분기 전체 주담대 규모(1017조9000억원)가 활발해진 주택거래에 따라 전 분기 대비 5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최대치다 .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721조6000억원)은 고금리와 고강도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15조6000억원 급감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 큰 감소 폭으로, 직장인들이 연초 상여금으로 대출금을 갚는 등 차주들의 대출 상환 움직임이 기타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 별로는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전분기 대비 12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정책모기지가 공적금융기관으로 양도(7조2000억원 규모)되면서 주담대가 감소세로 전환(-2조1000억원)된 데다 기타대출 감소세(-10조원) 역시 한층 가팔라진 데 따른 것이다. 

이 기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신협과 같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도 9조7000억원 가량 줄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리스크 우려가 불거지면서 해당 기관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 위험성 관리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보험사와 카드사, 공공금융기관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11조5000억원 가량 늘었다. 주택금융공사의 정책상품(특례보금자리론)이 인기를 끌고 국내 주식시장 회복세로 증권사의 신용공여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돈다.

한편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판매신용 감소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은은 이같은 카드결제 감소세 배경에 대해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여파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11월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기간을 단축하면서 카드할부 이용액이 줄었다"며 "작년 말 소비 회복으로 신용카드 이용액이 늘어났던 계절적 요인이 사라진 것도 판매신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가계빚 감소 추세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그간 누증된 가계신용이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누적된 가계부채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빚 감소 현상은 상당히 이례적이지만 13조7000억원의 감소 폭은 그간의 증가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또한 현재 가계빚 규모가 국내 경제의 뇌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감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분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달 국내 가계대출이 2000억원 증가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늘었고 개인 신용카드 국내 이용액도 55조4796억원으로 1분기 월평균 이용액(54조4642억원)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거래도 회복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신용이 반등하거나 적어도 감소 폭이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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