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에 이어 생명보험사까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새 회계제도(IFRS17) 적용을 둘러싼 '비교 신뢰성' 문제가 가열되고 있다. 영업 여건 등 기초 체력은 지난해와 비슷함에도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실적과 재무 상태가 크게 바뀐 셈이여서, 당국의 조속한 IFRS17 가이드라인 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을 처음으로 적용한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7068억원으로 전년 동기(2684억원) 대비 무려 163.4%나 급증했다. 삼성생명의 1분기 보험서비스 순익은 3837억원으로 전년 동기(3914억원) 대비 2% 줄었으나 투자 서비스 순익은 지난해 1분기 2769억 적자에서 올해 1분기 299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아울러 1분기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는 8460억원이었으며 올해 연간 3조원에서 3조5000억원 정도의 신계약 CSM 유입을 전망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손해보험사도 삼성화재가 올해 1분기 61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DB손해보험이 4060억원, 메리츠화재 4047억원, 현대해상 3336억원, KB손해보험 2538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선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CSM은 향후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실현 이익의 현재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 제도 하에서 보험계약을 통해 예상되는 장래이익을 부채로 잡은 뒤 이를 추후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하는 발생주의 방식이 채택되면서 CSM가 중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회계 방식에서는 수입보험료가 보험수익으로 바로 인식되는 현금주의 방식이었다.
문제는 일부 보험사가 CSM 규모 산출 시 자체적으로 세운 유리한 가정을 활용하면서, CSM 신뢰성에 의문이 확산됐다. 예컨대 사망률, 위험률, 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의 소수점 단위에 따라 CSM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게 보험권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 간담회'를 긴급 개최하고 CSM 산출 방식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뒤늦은 대응에 적어도 올 연말이 돼서야 보험사 실적에 신뢰성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관련 기준을 당국이 제시하면 올해 2분기 실적 신뢰성이 1분기 실적 신뢰성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울러 자체 판단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추가로 조사해 중요도 순으로 세부 기준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연말이 돼야 높은 신뢰성이 주어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