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아닌 취업 규칙을 통해서만 도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청소용역업체 대표 A씨의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7일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서를 맺어 노사 합의를 이룬 뒤 2주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연 근무제의 일종인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기간의 근무 시간을 연장·단축함으로써 단위 기간의 평균 근로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제도다.
근로기준법 제51조 1항은 2주 이내의 일정한 단위시간을 정한 후 1주 평균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일에 8시간을, 특정주에 40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연장근로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위 기간을 2주 내로 정할 때는 취업규칙 또는 그에 준하는 것을 통해야 하고, 그 이상으로 정할 때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요구된다.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로 판단이 엇갈렸다. 2심은 직원들의 근로계약서가 근로 조건과 환경 등을 자세히 규정해 사실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그러나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며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법률에서 정한 방식인 취업규칙에 의해서만 도입이 가능하고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해 도입할 수 없다"며 유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주 이내를 단위 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더라도 도입할 수 없고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고 최초로 판단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