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에서 고시 준비하던 시절 동네 초등학생 고수에게 스트리트 파이터를 배워 실력자가 됐죠.”
박종달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처럼 우리에게는 즐거웠던 ‘추억의 게임’이 하나씩 있다. 개인적으로는 7살 때 동네 지하 1층 오락실에서 처음으로 게임을 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던 여행지를 다시 갔을 때처럼, 게임이라는 ‘타임머신’은 그 당시의 기분과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인생의 한 부분인 게임은 자연스럽게 예술의 소재가 됐다. 세종문화회관은 2020년 11월 게임을 활용한 첫 기획공연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를 대극장에서 선보여, 좋은 평가를 얻었다. 주요 소비층이 20~40대 여성인 국내 공연 시장에서 남성 관객층을 늘릴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주목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게임과 사회’를 주제로 한 기획전 ‘게임사회’를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지난 12일 개막한 ‘게임사회’는 비디오 게임이 세상에 등장한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동시대 예술과 시각 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팬데믹이 촉발한 사회와 게임의 강력한 동기화 과정에서 ‘게임이 미술관에서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펼쳐 보며 기존의 게임적 경험을 새로운 접근과 관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초반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스미소니언미술관이 수집한 비디오 게임 소장품, 국내 게임 등을 포함한 9점의 게임과 함께 비디오 게임의 문법과 미학에 영향을 주고받은 현대미술 작가 8명의 작품 30여 점 등 총 4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예술게임, 게임예술’, ‘세계 너머의 세계’, ‘정체성 게임’ 3개의 주제로 구성되며 서울박스에서는 김희천 작가의 대형 신작 ‘커터 3’(2023)이 함께 소개된다. 세로 14m의 엘이디(LED) 패널을 이용했다.
‘예술게임, 게임예술’에서는 ‘아트게임(Artgame)’의 정의와 매체로서의 게임에 대한 성찰을 다룬다. 하룬 파로키의 ‘시리어스 게임Ⅰ-Ⅳ’(2009~2010)과 ‘평행Ⅰ-Ⅳ’(2012~2014) 연작을 통해 디지털 기술과 게임에서 드러나는 이미지 재현과 게임적 경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와 함께 MoMA와 스미소니언미술관의 게임 소장품 ‘플로우’(2007), ‘플라워’(2009) 그리고 ‘헤일로 2600’(2010)을 같은 공간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구성함으로써 게임의 예술적 속성과 창의적인 게임 플레이를 통해 예술로서의 게임에 대한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코로나19로 바뀐 세상에 대한 고찰은 필요하다. ‘정체성 게임’에서는 게임과 사회의 강력한 동기화를 거쳐 가속화된 가상현실세계의 확장의 의미를 살펴보고 게임 매체를 통해 공동체가 느끼는 사회적 경험의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우리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결정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비디오 게임의 상호작용 형식으로 엮어내는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의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2021)는 인상 깊은 작품이다.
작품 안에서 스크린을 향해 ‘게임 총’을 쏜 관람객은 옆으로 이동해 자신이 총을 쏘는 모습을 화면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다르게 느껴지는 자신의 낯선 모습은 관람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또한 코리 아칸젤의 ‘로데오: 할리우드 플레이하기’(2021), 루 양의 대규모 영상 설치 작품 ‘물질 세계의 위대한 모험’(2020) 연작 시리즈를 비롯해 람한의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2023) VR 신작이 공개된다. 편안하게 의자에 누워 VR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MoMA의 소장품 중 ‘포털’(2005~2007)과 ‘팩맨’(1980)을 함께 선보인다.
‘세계 너머의 세계’에서는 게임을 통해 미래적인 상상력과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탐구하길 제안한다. 게임의 문법과 기술로 가상 세계를 만드는 로렌스 렉의 ‘노텔 (서울 에디션)’(2023), 심시티와 같은 게임의 그래픽을 활용하여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소외감을 재연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재키 코놀리의 영상 ‘지옥으로의 하강’(2021)과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심시티 2000’(1993), 그리고 샌드박스(Sandbox·가상현실 구현) 장르의 게임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창조와 예술적 경험을 가능케 한 ‘마인크래프트’(2011)를 통해 게임의 세계가 보여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비디오 게임들은 국립재활원의 연구개발기구인 보조기기 열린플랫폼이 기획·개발한 게임 접근성 보조기기 및 마이크로소프트사 엑스박스(Xbox)의 접근성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받아 장애·비장애인 누구나 편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했다.
홍 학예연구사는 “장애인에게는 게임에 접속하는 것도 큰 장벽이다. 게임에 존재하는 이런 장벽을 미술관의 접근성 문제로 확장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전시의 웹 부록이라 할 수 있는 웹 게임 등 전시의 주제 및 시공간의 경험적 확장과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홍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과 게임의 흥미로운 접점을 찾아보고,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게임을 사유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공감 가능한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종달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처럼 우리에게는 즐거웠던 ‘추억의 게임’이 하나씩 있다. 개인적으로는 7살 때 동네 지하 1층 오락실에서 처음으로 게임을 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던 여행지를 다시 갔을 때처럼, 게임이라는 ‘타임머신’은 그 당시의 기분과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인생의 한 부분인 게임은 자연스럽게 예술의 소재가 됐다. 세종문화회관은 2020년 11월 게임을 활용한 첫 기획공연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를 대극장에서 선보여, 좋은 평가를 얻었다. 주요 소비층이 20~40대 여성인 국내 공연 시장에서 남성 관객층을 늘릴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주목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게임과 사회’를 주제로 한 기획전 ‘게임사회’를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팬데믹이 촉발한 사회와 게임의 강력한 동기화 과정에서 ‘게임이 미술관에서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펼쳐 보며 기존의 게임적 경험을 새로운 접근과 관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초반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스미소니언미술관이 수집한 비디오 게임 소장품, 국내 게임 등을 포함한 9점의 게임과 함께 비디오 게임의 문법과 미학에 영향을 주고받은 현대미술 작가 8명의 작품 30여 점 등 총 4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예술게임, 게임예술’, ‘세계 너머의 세계’, ‘정체성 게임’ 3개의 주제로 구성되며 서울박스에서는 김희천 작가의 대형 신작 ‘커터 3’(2023)이 함께 소개된다. 세로 14m의 엘이디(LED) 패널을 이용했다.
‘예술게임, 게임예술’에서는 ‘아트게임(Artgame)’의 정의와 매체로서의 게임에 대한 성찰을 다룬다. 하룬 파로키의 ‘시리어스 게임Ⅰ-Ⅳ’(2009~2010)과 ‘평행Ⅰ-Ⅳ’(2012~2014) 연작을 통해 디지털 기술과 게임에서 드러나는 이미지 재현과 게임적 경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와 함께 MoMA와 스미소니언미술관의 게임 소장품 ‘플로우’(2007), ‘플라워’(2009) 그리고 ‘헤일로 2600’(2010)을 같은 공간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구성함으로써 게임의 예술적 속성과 창의적인 게임 플레이를 통해 예술로서의 게임에 대한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코로나19로 바뀐 세상에 대한 고찰은 필요하다. ‘정체성 게임’에서는 게임과 사회의 강력한 동기화를 거쳐 가속화된 가상현실세계의 확장의 의미를 살펴보고 게임 매체를 통해 공동체가 느끼는 사회적 경험의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우리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결정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비디오 게임의 상호작용 형식으로 엮어내는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의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2021)는 인상 깊은 작품이다.
작품 안에서 스크린을 향해 ‘게임 총’을 쏜 관람객은 옆으로 이동해 자신이 총을 쏘는 모습을 화면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다르게 느껴지는 자신의 낯선 모습은 관람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또한 코리 아칸젤의 ‘로데오: 할리우드 플레이하기’(2021), 루 양의 대규모 영상 설치 작품 ‘물질 세계의 위대한 모험’(2020) 연작 시리즈를 비롯해 람한의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2023) VR 신작이 공개된다. 편안하게 의자에 누워 VR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MoMA의 소장품 중 ‘포털’(2005~2007)과 ‘팩맨’(1980)을 함께 선보인다.
‘세계 너머의 세계’에서는 게임을 통해 미래적인 상상력과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탐구하길 제안한다. 게임의 문법과 기술로 가상 세계를 만드는 로렌스 렉의 ‘노텔 (서울 에디션)’(2023), 심시티와 같은 게임의 그래픽을 활용하여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소외감을 재연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재키 코놀리의 영상 ‘지옥으로의 하강’(2021)과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심시티 2000’(1993), 그리고 샌드박스(Sandbox·가상현실 구현) 장르의 게임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창조와 예술적 경험을 가능케 한 ‘마인크래프트’(2011)를 통해 게임의 세계가 보여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비디오 게임들은 국립재활원의 연구개발기구인 보조기기 열린플랫폼이 기획·개발한 게임 접근성 보조기기 및 마이크로소프트사 엑스박스(Xbox)의 접근성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받아 장애·비장애인 누구나 편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했다.
홍 학예연구사는 “장애인에게는 게임에 접속하는 것도 큰 장벽이다. 게임에 존재하는 이런 장벽을 미술관의 접근성 문제로 확장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전시의 웹 부록이라 할 수 있는 웹 게임 등 전시의 주제 및 시공간의 경험적 확장과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홍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과 게임의 흥미로운 접점을 찾아보고,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게임을 사유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공감 가능한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