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과 관련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미국 법원이 트럼프의 성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럴은 1990년대 중반 뉴욕 맨해튼의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 란제리 가게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 했다고 2019년 회고록을 통해 폭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의 폭로를 "사기"라고 하면서 "그녀는 내 취향이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캐럴은 이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상액 5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26억5000만원)는 캐럴에 대한 성추행 및 부상에 대한 배상이고, 2만 달러는 징벌적 배상이다. 트럼프의 허위 진술로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270만 달러(35억 8000만 달러), 징벌적 배상이 28만 달러(3억 7000만 달러)이다. 남자 6명과 여자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의적이고 난폭하게 행동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배심원단은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를 성폭행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은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여러 증인들의 증언에 비춰 그 사실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배심원단 판결 이후에도 자신의 성비위를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포스트트루스에 글을 올려 이번 판결을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파성을 추구하는 판사와 배심원은 정의를 희롱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캐럴의) 드레스는 증거로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또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은 항소할 것이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현재까지 12명 이상의 여성이 수년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발했지만, 트럼프는 늘 부인했다. 캐럴 사건은 혐의가 입증된 첫 사건"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