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KI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직전 전망치보다 0.4%포인트 하향조정된 것으로 한국 경제를 전망한 국내외 주요기관 예측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연구원은 9일 '2023년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3%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 측은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간 누적된 저축과 대면 경제활동 확대 등을 배경으로 민간 소비가 다소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이 성장에 강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상반기 잇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있는 국내외 기관들과 비슷한 양상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 경제가 2개월 전보다 0.2%포인트 낮은 1.5% 상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은행 역시 가장 최근 발표된 1.6%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또다시 낮출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특히 연구원의 이번 수정 경제전망은 여타 기관들보다 다소 비관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연간 기준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들어 3월까지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하며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 이후 빠르게 누적된 가계의 현금성자산이 한동안 서비스 중심의 소비 수요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게 연구원 측 시각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성장(-2.5%)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설비를 중심으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간 건설투자 증가율은 1.9%로 예상됐다. 일단 올해 건설투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건설 수주 증가와 최근 급등한 원가 반영 등으로 양호하겠지만 내년에는 부동산PF와 전세시장 불안감 속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총수출 증가율은 반도체 업황 부진과 세계 교역 둔화 등의 여파로 재화와 서비스 수출 모두 부진하면서 0.7%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총수입 증가율은 3.6%로 전망했다. 에너지 수입이 지속되고 내국인의 해외여행 회복에 기인한 서비스 지급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에대해 연구원은 "수입이 수출보다 늘어나면서 순 수출이 전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대폭 축소된 183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고 올해 원·달러환율 평균치는 1306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년도 평균(1292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수출부진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고 미국 은행권 불안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환율 상방압력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다만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라 글로벌 달러화 지수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환율 또한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