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엿새 후 열린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3대 개혁' 추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내놓았다.
지난 2월에는 양대노총을 비롯한 주요 노조에 회계 장부를 제출하라고 했다. 제출을 거부한 42개 노조에 대해서는 현장조사에 나섰다. 고용세습으로 불리는 불공정한 채용 관행에 대한 집중 점검도 벌였다. 채용청탁 처벌 강화 내용을 담은 '공정채용법' 입법도 추진 중이다. 건설현장에서 이뤄지는 불법 부당행위를 '건폭(건설현장 폭력)'으로 규정하며 제재 수위를 높였다.
근로시간·임금체계에도 칼을 댔다. 지난 3월에는 현행 주 52시간제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도 연장근로 단위를 '주·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올 2월엔 대형 조선사 원·하청업체들과 상생협약을 맺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첫발을 뗐다.
그 사이 노정 관계는 크게 악화했다. 노동계는 노동개혁을 '개악'으로 규정짓고 투쟁 수위를 높여갔다.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 사망한 뒤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을 공식화했다.
교육개혁은 노동개혁과 달리 추진이 더디다. 개혁을 이끌어야 할 교육부 수장이 세 번이나 바뀐 탓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가족 장학금 의혹 등으로 후보자 시절 낙마했다. 박순애 장관이 뒤늦게 임명됐지만 국정과제에도 없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추진하다 거센 비판을 받았고, 취임 34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1월 이주호 장관이 취임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추진이 이뤄졌다.
교육개혁은 영유아교육·보육통합(유보통합)과 초등 늘봄학교,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디지털 전환, 대학 개혁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올 초 유보통합추진단이 출범했고, 늘봄학교도 올해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대학 지원을 교육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라이즈', 30개 대학을 선정해 1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다만 일부 개혁 과제는 반발이 커 성과가 나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보통합은 이해관계자들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늘봄학교도 교사들과 돌봄전담사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연금개혁 역시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통해 추진 중이지만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부터 계획이 틀어졌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올해는 제5차 재정계산이 진행된다. 애초 민간자문위가 개혁 방향성과 초안을 도출하면, 연금특위는 이를 바탕으로 올 4월 중 세부적인 개혁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를 종합해 오는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간자문위는 지난 3월 연금특위 보고 때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가입·수급개시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 외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보험료율 인상 폭과 방식에 대한 위원들 견해 차이조차 좁히지 못했다. 결국 '빈손'으로 끝난 연금특위는 활동 기간만 오는 10월까지 6개월 연장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