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전문가·시민단체·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 환경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노력을 늦추지 말고 경주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환경부 수장인 한화진 장관은 임명 다음 날인 지난해 5월 11일 취임식에서 소통과 현장 행보를 강조했다. 실제 한 장관은 지난 1년간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산업계 소통 확대···기업성장 막는 규제 해소
한 장관은 지난해 7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상의 측 건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그해 5월 사용후 배터리(폐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시 폐기물 규제 제외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상쇄배출권 활용 한도 확대 등을 환경부에 건의했다.
한 장관은 두 달 뒤 폐배터리를 포함한 순환자원을 승인 없이 선(先)인정해서 각종 폐기물규제에서 면제하는 정책을 발표하며 약속을 지켰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산업계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환경부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지난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윤석열 정부 첫 로드맵이다.
정부는 이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산업계가 줄여야 할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기존 14.5%에서 11.4%로 3.4%포인트(p) 낮춰 잡았다. 감축해야 할 탄소배출량은 2억2260만t에서 2억3070만t으로 완화해 산업계 숨통을 트여줬다.
K-녹색산업 세계로···수출 지원 앞장
한 장관은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인천 서구에 있는 환경산업연구단지를 택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녹색성장을 견인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녹색산업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산업을 강조해온 한 장관은 수출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환경산업부'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한 장관은 올 1월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녹색산업을 100조원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연내 수출 목표액은 20조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연초 해외 수주 지원을 목표로 민·관 '녹색산업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환경부 안에 수출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녹색산업해외진출지원단'도 구성했다. 지난 1월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에 환경부 녹색산업수주지원단을 파견해 우리 기업 수출을 도왔다.
중동 수출도 첫발을 뗐다. 한 장관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인프라부와 해수 담수화 기술과 스마트 물관리 등 물산업 기술을 수출하는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가뭄에 '4대강 물그릇' 적극 활용
한 장관은 장기 물관리 대책 수립에도 주력했다. 지난해 8월 수도권은 이례적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그해 봄 호남 지역엔 가뭄이 닥쳐 곳곳이 물 부족에 시달렸다. 한 장관은 홍수에 대응해 가상모형(디지털 트윈)·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도시침수 예보와 신속 대응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역·광화문에는 폭우 때 빗물을 보관하고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대심도 빗물터널 신설 계획도 마련했다.
1년 넘게 이어지는 호남 가뭄 대응책으론 '4대강 활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보(湺) 물그릇을 최대한 활용해 가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하루 61만톤(t)의 생활·공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한 장관은 지난달 13일 충남 지역 가뭄 상황을 점검하면서 "보는 물을 확보할 수 있는 그릇"이라며 "가뭄 등에 4대강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컵보증금제 시행했지만···후퇴한 재활용 정책
일회용컵 재활용 등 순환경제 정책은 뒷걸음질 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플라스틱 등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구조를 만들어 2025년 생활 플라스틱 발생량을 2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순환경제사회촉진법과 바이오가스 법 제정 등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법률 기반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 장관이 공들였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애초 계획보다 반년 늦어진 지난해 12월에야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에 전국이 아닌 세종과 제주 2곳으로 시행 지역이 축소되면서 제도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장관은 지난 2월 전국 시행과 관련해 "최소 1년은 지켜보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생각"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