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포항제철소를 덮친 태풍 힌남노는 포스코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었다. 제철소가 통째로 물이 잠기는 피해에 모두가 제철소를 새로 짓는 게 빠를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46년 경력의 손병락 명장은 주요 설비 교체가 아닌 현장 수리로 복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장담했다.
결과적으로 손 명장의 판단은 옳았으며, 완전 복구까지 최대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됐던 포항제철소가 5개월 만에 복구됐다. 손 명장은 “나는 뼈까지 포스코인”이라며 “이번 복구 과정이 바로 포스코식 결정”이라고 공을 회사와 동료 직원들에게 돌렸다.
“저는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큰 공신이라는 말은 어울리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번 냉천범람 복구작업은 최고경영진에서부터 신입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해서 이룬 것이라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이번 일은 누구누구의 공이 더 크다, 적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사명감으로 뭉친 진정한 주인이었고 참담함을 넘어 지옥 같은 현실 극복을 위한 일에 도전했고 우리가 모두 함께 이룬 기적이었다.
개인적인 소개를 한다면 1977년 4월 25일 포항종합제철(포스코)에 입사한 후 47년을 포스코 직원으로 일했다. 설비 부문 최연소 반장, 주임, 총괄을 달았으며 2018년 명장 중에서는 최초로 상무보로 승진해 현재는 기술위원을 맡고 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라는 생각으로 근무한다”
-침수된 설비를 전부 분해하고 청소해 재조립하는 방안이 명장님의 아이디어로 알고 있다.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
“참담한 현실 앞에서 전쟁 같은 상황이 가라앉고 황하 같은 흙탕물이 소리 없이 빠져나가니 설비들이 그 당당하던 모습을 잃고 진흙 펄을 머리에 이고 초라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그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설비 앞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지를 반복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봤었다. 모든 침수설비가 전기 설비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를 반복하며 우선 전체적인 상황 파악을 위해 전 압연라인의 설비 상황에 대한 현상 파악을 했다.
수많은 보기(보조기기) 전동기의 취외, 정비, 성능복원 후 취부를 하기 위해 예상 물량을 추정하며 정상화 방안을 수립했다.
먼저 함께 일을 추진할 직영인력, 함께해야 할 협력회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회사는 포항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회사의 규모 그리고 크게는 광양지역과 전국에 산재한 전동기 정비 회사의 규모, 능력, 그리고 민족 대이동이 진행되는 추석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이동 거리까지 고려해서 복구 방안을 결정했다.
문제는 모든 시스템과 인프라가 정지된 상태에서 초대형 압연기용 주기 전동기의 성능 복원이다. 분해, 취외, 이동, 운반 등이 불가한 상황이므로 방법은 오직 하나다. 현장에서의 성능 복원이다. 된다 안된다는 차원이 아니다. 무조건 해내야 했다.
현장 파악을 마치고 나의 복구계획을 경영층에 보고드리니 예산, 인원 신경 쓰지 말고 명장님 뜻대로 진행해 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것은 우리 포스코에서만 있을 수 있는 결정이고 우리 포스코만 할 수 있는 결정이며 우리 포스코식의 결단이고 선택이었다. 그 어느 회사가 고졸 사원의 의견을 믿고 고졸 사원에게 사운이 걸린 이런 엄청난 일을 맡길 것인가? 나도 솔직히 확신이 적었다. 그러나 명장인 내가 약해지면 안 되겠기에 나는 후배들에게 우리 포스코가 지금까지 남들이 가능하다는 목표를 세웠던 적 있느냐?고 되물으면서 격려했다. 그런 나의 무모함을 믿어주는 경영진이 있고 그런 나의 저돌적인 진행을 믿고 함께 뛰어 주는 동료가 있는 회사 이곳이 포스코다.”
-복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무엇인가?
“모두가 안 된다는 일들을 하나씩 완성해 갈 때 진정 전기장이로서의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에 비판적이었던 많은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설비를 정상으로 가동해 보여줄 수 있었을 때, 내가 기술자임이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방법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될 때는 정말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껴 보았다. 봐라, 하니까 되잖아”
-46년간 포스코에서 근무하신 거로 알고 있다. 명장님이 보는 포스코는 어떤 곳인가?
벌써 47년 차(지난 4월 25일이 입사기념일)다. 대한민국에서 46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한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직장에서 47년째 근무하는 사람은 절대 많지 않을 것이다.
포스코는 정말 긴 세월을 함께할 수 있는 회사다. 아니 인생을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다. 분명 다른 시각에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는 나의 포스코는 현장이 기술 중심으로 움직이고 그 기술이 중요시되는 회사다. 경영자는 관리자를, 관리자는 실무자를 믿고 함께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회사다. 설비 개선이 자유롭고 자기의 아이디어를 기술로 현실화시켜 볼 수 있는 회사다.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으로 자기개발의 기회가 무한하고 자기개발을 위한 학습을 권장하고 지속해 지원하는 회사다.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의 대부로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를 받치고 있으니 내가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라는 자부심을 주는 회사다. 인생을 꿈꾸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함께 달려줄 동료가 있고 지원하는 회사다. 건전한 비판이 수용되고 일에 자율권이 폭넓게 부여되는 회사다.
기술적인 과제의 발굴과 진행에 믿어주는 관리자와 경영자가 있고 함께 뛰어 주는 동료와 힘들고 어려운 일에도 따라주는 후배가 있는 정이 있는 회사다. 우리가 노력해서 다가올 미래를 함께 구상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회사다. 1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라는 자부심이 있는 회사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욱 뭉치고 단합할 줄 아는 공동체 의식으로 다져진 회사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어려움을 나누고 지원하는 기업시민을 실천하는 회사다. 모두에게 성장의 길이 열려있기에 노력하며 자기의 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회사다. 국가정책에 부응하고 사회변화에 화합해 동반 성장을 추구해 가는 회사다. 마지막으로 지난 50년간 우리의 경제발전을 견인해 온 의미 있는 회사다.
이 정도 되면 누구나 한번쯤 근무해 보고 싶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나는 이 회사를 떠나지 못하나보다.“
-이제 막 취업 준비를 하는 젊은 세대에게 포스코를 소개한다면?
”인생의 여정에서 당신은 누구와 함께 어떤 길을 걷고 싶나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포스코는 이런 곳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포스코에는 인생의 먼 여정을 함께 걸어줄 동료가 있고, 포스코는 그 길을 변함없이 응원하고 지원해 주는 회사다. 그리고 포스코는 경영자, 관리자, 실무자 간 일에 대해 단단한 상호신뢰로 정말 어렵고 힘든 일에 도전해 볼 수 있으며 일에 대한 건전한 실패가 용인되는 포스코만의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에도 도전할 수 있고 그 도전을 통한 자기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다.
또 포스코는 기술의 발전과 현장의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비록 작은 아이디어에도 소홀함이 없이 서로를 인정하고 공유하며 주변의 변화를 수용해 작은 기술을 모아 더욱 큰 기술로 발전시켜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다는 들어오는 물을 선택해서 받아들이지 않듯 기술자는 그 기술의 크기가 작다고 무시하지 않고 지나간 기술이라고 소홀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일 때 우리의 미래는 바다같이 넓어질 수 있다는 진리가 정착된 회사다
-명장님이 바라는 포스코의 발전 방향이 있는가?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혁신은 늦은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고 멈추는 것이야말로 진정 두려운 것이다. 내일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 활동은 조금 늦었다 포기하거나 한번 실패했다고 좌절하거나, 해봤는데 잘 안된다고 혼자는 힘들다는 둥 이런저런 이유로 멈추지 말고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며 소통하고 협업해 지속적이고 끈기 있는 추진으로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힘든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 가야 한다.
다가오는 무한경쟁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지난 시간에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상상하기 어려운 무한 경쟁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때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도전하고 그 도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DNA를 살려 현장을 강화해 가야 한다. 사업 동반자와 함께 상호 협력을 통해 상호 윈 윈(Win Win) 하는 공생가치를 창출하고 강건한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며 주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안정시키며, 불가능하다고 분류되는 힘들고 어려운 일에 대한 끝없는 도전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며,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도 함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공동체 의식 속에 우리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경영진에게 현장직으로서 전하고 싶은 말은?
”이번 침수로 너무 비싼 과외를 했다. 이번 복구작업은 근속 직원들에게는 다시 없는 배움의 장이었고 회사 입장에서는 다시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러나 상하 간, 세대 간, 지역 간, 조업과 정비 간, 동료 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어려움에 직면해서 단결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화합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모두 뭉치고 단결해 한마음으로 움직인다면 못 할 일도, 못 이룰 일도 없다는 교훈을 모든 임직원의 가슴에 새기는 기회였다. 정말 비싸게 배웠으니 오늘의 이 교훈을 영원히 잊지 말고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소통활동을 통해 모두가 공감하고, 극복하고, 화합하는 방안에 대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모든 임직원이 이번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로 만들어 주기를 소망한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 가고 싶다. 그리고 생산과 설비에 종사하는 많은 직원이 가슴 깊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포스코만의 기업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