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애인 단체, 7월 중 유엔에 국내 탈시설 정책 직권조사 신청
7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전장연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탈장연) 등 국내 주요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오는 7월 국내 탈시설 현황과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에 관한 직권조사를 유엔에 신청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장연 등은 앞서 올 초에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위반한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유엔 직권조사 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권조사 신청이 이뤄지면 유엔이 신청 내용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직접 조사에 나서게 된다. 관련 공무원과 시설 거주 장애인들에 대한 직접 면담 조사 등도 이뤄진다. 이후 직권 조사 보고서를 통해 당사국에 관련 권고를 내리는 과정을 거친다. 국내법 범위에 벗어난 권고를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유엔의 CRPD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면서 당사국 협약 여부 위반 사안에 대해 국내 장애인 단체들 역시 유엔에 직권조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탈장연 관계자는 “관련 단체들이 올 7월까지 국내 장애인 시설 정책과 관련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관련 정책들을 조사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직권 조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현재 위반 사항으로 추정되는 근거들을 수집하고 이에 대한 영문 번역 등도 준비해 상반기 중에 전체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명문으로 제도화하지는 않았지만 사회복지사업법상 장애인의 서비스 신청권의 성격으로 이를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에 근거해 지자체가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해야 한다고 긍정한 판례와 부정한 판례도 각각 1건씩 존재한다.
"지역사회 인프라 미비···탈시설은 더 큰 부담될 수도"
반면 주요 지자체와 장애인 보호자 단체,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등은 전면적인 탈시설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증 장애인을 위한 지역 사회의 인프라가 미비한 만큼 일부 단체가 주장하는 전면적인 탈시설은 보호자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정부는 시설 소규모화를 우선으로 탈시설 정책을 부분 시행하고 있다. 주거 선택권 개념으로 장애인 거주 시설을 병존·운영하되 당사자들에게 주거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부와 지자체 방침이다.관련 예산과 비용 역시 전면적 탈시설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탈시설 비용 추계’에 따르면 시설 거주 장애인 1인에게 소요되는 평균 비용은 연간 6000만원 선이지만 탈시설화 추진 시 드는 비용은 1억4000만원으로 관련 비용이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탈시설화에 사용되는 예산만 서울시 한정 최대 2700억원이 추가 소모될 수 있다.
지난달 13일 탈장연 창립을 계기로 장애인 단체 사이에서도 탈시설 권리를 두고 갑론을박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8일 경기 지역 장애인 탈시설을 골자로 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설 이용자 중 98%가 중증 장애인인 상황에서 탈시설 정책은 취약한 지역사회 인프라와 맞물려 장애인의 기본적 인권 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더 높다는 우려에서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도 전면 탈시설을 반대했지만 판례 확립과 관련 연구를 통해 이를 제도화했다. 탈시설이 발달장애인의 문제 행동(도전적 행동)을 오히려 완화시킨 사례도 있다”면서 “전체적으로는 탈시설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되 지역 사회 인프라 확충이 우선 이뤄져 함께 병행하는 방향으로 가야 장애인 정책이 실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