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고 시한폭탄] 전세포비아에 고개드는 '전세 폐지론'...전세피해 예방 해법은?

2023-04-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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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세폐지, 서민 주거환경 악화시킬 것.... 전세대출 개선책 마련해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른바 전세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부동산에 걸린 빌라 전세 정보. [사진=연합뉴스]


전국적으로 '빌라사기꾼' 등에 의한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면서 전세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전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세 제도를 손보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전세 폐지론'까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임대차 시장의 주요 축이면서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 온 전세 제도를 폐지하면 오히려 무주택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맡기고 거주한 뒤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주택임대차 유형 중 하나다. 월세보다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고 집주인도 이자를 내지 않고 쉽게 목돈을 빌릴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세가 '갭투자'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생기자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갭투자를 해서 집을 샀던 사람들이 부동산 하락기를 맞으면서 기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다. 특히 다세대주택 등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빌라 시장에선 무자본으로 집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까지 성행했다.
 
이에 시장에선 전세제도 자체를 손보거나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전세가 사라지면 월세가 더 오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무주택 서민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전문가들은 전세가 임대차 시장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잡아온 데다 주거사다리 등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폐지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는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국면에 갭투기, 깡통주택 같은 피해가 생긴다”면서도 “전세제도 같은 개인 간 거래를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전세제도를 없애면 결국 월세가 오르면서 서민 주거 환경이 더 열악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느슨한 규제로 인해 급증한 전세대출이 '무자본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에 악용되면서 이번 전세사기 사태의 도화선이 된 만큼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8년 92조5000억원에서 2022년 10월 기준 17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전세자금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받지 않고 있으며 전세금 대비 80~90%까지 받을 수 있다“며 ”대출 비율을 50% 정도로 점진적으로 줄이고 DSR 적용 등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 비율을 낮추면 위험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금융사가 전세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며 “보증 비율을 60~70% 수준으로 낮추고 그 이상은 보증하지 않겠다고 하면 전세 대출·거래가 신중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전세사기가 시세 파악이 어려운 빌라, 오피스텔 시장에 집중된 만큼 시세 파악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촉구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빌라 등은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워 전세사기 표적이 되기 쉽다"며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해 주택 감정평가액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일반인들이 시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임대사업을 지원하고 임대사업자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부문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임대주택 공급자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권 바탕에서 대규모로 임대사업이 펼쳐지면 임대와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고 전세사기를 방지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27일 발의할 예정이다. 특별법 발의에 맞춰 전세사기 피해 지원 종합대책도 내놓는다. 종합대책에는 △피해 주택 경매 낙찰 시 취득세·재산세 감면 △각종 비용 면제 △우선매수권 부여 △LH 매입임대를 활용한 피해자 주거 안정 등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방안은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을 들여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주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가능하다 해도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고 만인의 투쟁과 만인의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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