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메리츠화재가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을 최근 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 글로벌 시장 여건이 악화돼 보험사들의 유동성 확보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커지는 것을 미연에 불식시킨 것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순익·자본 증가세가 바뀔 경우 이전보다 유동성 우려가 잦아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18년 4월 조달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이날 완료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2월 해외 ESG후순위채권 7.5억 달러(약 9990억원), 같은해 6월 국내 후순위채권 4000억원의 자본조달을 선제적으로 완료한 바 있으며, 지난해 일시납 저축 상품 판매를 추진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메리츠화재도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에 대한 콜옵션을 지난 12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후순위 채권은 지난 2018년 4월에 조달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순익이 전년대비 29.4% 증가한 8548억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무난히 자금조달을 이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권은 양사가 IFRS17 도입과 맞물려 현재 유지 중인 자금으로 향후 유동성 및 건전성 측면에서 충분히 커버 가능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실적을 IFRS17으로 환산할 경우 한화생명 순익은 1조222억원대로 이전 회계기준보다 6679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업이익(9071억원대)과 자본(16조759억원대)도 각각 8752억원, 9조7604억원가량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순익(1조3109억원)과 자본(3조3375억원)이 각각 4560억원, 2조4610억4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 콜옵션 규모(약 2조원) 중 70%가량을 차지하던 양사가 조기상환 이행을 마무리하면서 보험권에 대한 유동성 우려가 한동안 잦아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분기 상환을 앞두고 있는 업체들은 다음달 DB생명 300억원, DGB생명 500억원, KDB생명 2억 달러(약 2160억원), 6월 롯데손해보험 600억원, 신한라이프 20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