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리와 시중금리가 따로 노는 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 긴축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데다가 주요 산유국 감산으로 물가가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기준금리가 고점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멈추고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처럼 주요국 정책금리가 오름세를 멈추고 고점에 이르렀지만 시중금리는 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7일 평균 3.27%를 기록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월 말쯤에는 7bp(1bp=0.01%포인트) 하락한 3.20% 수준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32%에서 3.20%로 12bp 하락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국 10년물 국채는 각각 5bp, 6bp, 8bp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채권시장에 반영된 긴축 완화 기대감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요국 통화당국이 긴축을 완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내에 ‘피봇’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미국 국채금리(10년물)는 전망치(3.95%)보다 48bp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하강 압력 증대, 긴축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가 미리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블룸버그를 인용해 “미국 선물시장의 내재정책금리는 오는 7월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을 반영했다”며 “미국 채권시장에 반영된 조기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글로벌 금융불안,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인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요 산유국인 ‘OPEC+’의 감산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시금 오르는 경우 물가상승과 그에 따른 정책금리 인상 등의 파급효과를 우려해 시장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결국 주요국 기준금리의 향방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시중금리와 정책금리의 탈동조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장기간 안정기에 접어들고 시장금리와 균형을 맞추면 다시 정책금리와 시중금리가 동조화하겠지만 금리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당분간 탈동조화 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분석이다.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