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가상자산거래소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은행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204억2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2021년(403억4000만원)과 비교해 49.4% 급감한 수준이다.
그동안 거래소가 은행에 지급한 수수료 규모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20억5500만원, 33억1600만원 수준에서 2021년 급증했다가, 지난해 감소로 전환된 것이다.
거래소별로는 국내 시장점유율 80%에 육박하는 업비트가 지난해 케이벵크에 수수료 139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역시 전년(292억4500만원) 대비 52.4% 감소했다. 빗썸이 NH농협은행에 지급한 수수료는 같은 기간 76억원에서 49억4300만원으로 35% 줄었다. 코인원 역시 농협은행에 지급한 수수료가 26억4800만원에서 9억8900만원으로 급감했다. 다만 코인원은 지난해 11월 기준 실명계좌 발급을 카카오뱅크로 갈아탔고 카카오뱅크에는 작년 4분기 신규 수수료 수입 7200만원이 발생했다.
윤창현 의원은 "은행과 디지털자산 거래소 간 제휴에서도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면서 "더욱 많은 은행이 다양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림자 규제로 강제되는 1거래소-1은행 제도를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거래소발(發) 은행권 수수료가 급감한 데에는 시장 침체 영향이 컸다. 코로나 충격 이후 불어난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시장도 함께 쪼그라든 것이다. 줄어드는 관심 속에 거래량은 급감했고, 거래소 매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도 급감했다. 국내 1~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을 운영하는 두나무,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각각 1조2492억원, 16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75.2%, 79% 급감한 수치다. 코인원과 코빗, 스트리미(고팍스)는 적자를 기록했거나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다만 올해 들어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희소식이다. 최근 미국 통화긴축 기조 완화, 미국 중소형 은행권발 위기 등으로 가상자산이 대체 투자처로 재차 주목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금융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더욱 보수적으로 내다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