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 오나] 소공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필요"...전문가 "국내 적용, 신중 접근"

2023-04-1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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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오세희 회장(왼쪽 셋째)과 업계 대표들이 2024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사장님들은 인력을 줄이다 안 되면 가족까지 동원하기도 해요." 

박상희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과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입을 외식업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노동계와 소상공인 간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소공연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은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16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왜 존재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소상공인들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처지에서 도저히 (최저임금에 맞춘 임금을) 줄 상황이 안 되는데 그만큼 줘야 한다고 하면 너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소공연은 지난 12일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영업이익이 43.1% 감소했고 대출 잔액은 1000조원을 넘었다"며 "이런 이유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하고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이 아닌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공연 "최저임금 미만율, 업종별 격차 심해"
소공연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해야 하는 건 최저임금 미만율이 업종마다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가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과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을 분석한 결과 농림어업(36.6%)과 숙박음식점업(31.2%)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농림어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2.8%)은 최대 33.8%포인트 차이가 났다. 

경영계와 소상공인 등 사용자 측은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며 '업종별 차등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소공연은 최저임금법 4조를 근거로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대기업이 아닌 취약한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한다. 박상희 소공연 과장은 "소상공인은 '나를 지켜줄 노동조합이 없다"며 "내가 경영을 감당하기 힘들면 가게 문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표=아주경제 DB, 자료=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전문가들 "업종별 차등 적용,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업종별 차등 적용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로 최저임금을 못 지키는 사업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노동자 생계비를 보장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못 주는 사업장이 많다고 해서 단순히 업종별로 최저임금 적용을 다르게 하는 게 답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24.7% 인상이 과할 수 있지만 물가 인상에 대한 보조 측면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일률적인 최소 생활을 보장한다는 취지"라면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최저임금이 지역별 최저임금과 산업별 최저임금으로 나뉜다. 이 중 지역별 최저임금은 물가와 근로자 임금 등 지역별 실정을 토대로 근로자 생계비, 통상적인 사업의 임금 지불능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해진다. 그러나 지역별 최저임금 격차는 고용시장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업종에 따라 노동자의 최저 생계비가 다르다는 것"이라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하려면 최소 5개년 계획을 잡고 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시행한다 해도)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노동자 간 심리적 박탈감도 클 것이고, 일본에서는 이 제도가 선순환 효과를 전혀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매년 심각해지는 경기 불황에 한계기업도 늘어난 만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는 곳도, 안 되는 곳도 있는데 차등화해서 접근하는 게 근로자와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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