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춤’과 ‘화관무’ 등을 창시한 원로 무용가 김백봉이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민국예술원이 12일 밝혔다. 향년 97세.
20세기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전설적 무용가 최승희의 제자이자 동서로, 최승희의 월북 이후 한국무용의 르네상스를 이끈 산증인이다.
1927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4살이던 1941년 일본 도쿄에 있는 최승희무용연구소 문하생으로 들어가 이듬해 무용수로 데뷔했다. 1944년 최승희의 남편인 안막의 동생 안제승과 결혼했으며 1946년 평양에서 최승희와 함께 최승희무용단 제1무용수 겸 부소장, 상임안무가로 활동했다.
‘장고춤’, ‘심청’, ‘만다라’ 등 600여 편의 창작 춤을 선보였으며 그중에서도 ‘부채춤’과 ‘화관무’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1954년 첫선을 보인 ‘부채춤’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군무로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1992년 명작무로 지명됐으며 2014년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2000여 명의 군무로 선보인 ‘화관무’도 김백봉의 춤을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30년 가까이 경희대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종합예술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서울시무용단 단장 등을 지냈다.
1982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으며 서울시 문화상, 캄보디아 문화훈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보관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19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20세기를 빛낸 예술인’으로 선정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안병철, 딸 안병주(경희대 무용학부장)·안나경(김백봉춤연구회 이사장), 사위 장석의, 손녀 안귀호(춤 이음 부대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이며 발인은 오는 14일 오전 7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