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현대무벡스 지분을 전부 현대엘리베이터에 이전하며 신속하게 배상에 나서고 있다. 이는 쉰들러홀딩스(이하 쉰들러)의 경영권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 회장 지분 대부분이 대출담보로 잡혀있어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021년 수사 중지했던 현 회장등에 대한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대법원이 민사소송에서 현 회장에게 1700억원 배상책임을 확정 판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쉰들러 공격 받는 현대엘리베이터…방어에 총력 '안간힘'
현 회장은 경찰 수사와 더불어 쉰들러로부터 경영권 위협도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다. 쉰들러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지난 5일 현 회장에 대한 집행문 부여를 대법원에 신청한 바 있다. 집행문을 받게되면 현 회장의 재산을 압류하고 매각할 수 있다.
다국적 승강기업체인 쉰들러는 현재 현대엘레비이터 주식 15.5%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7.8%)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26.5%)에 이어 2대주주다. 금융권에서 이들 간 지분율 격차는 11.07%포인트지만, 쉰들러가 추가 지분확보에 나서면 현 회장 측이 대응할 자금 여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쉰들러는 지난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부실을 알면서도 현 회장 개인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파생계약을 맺어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지 여부였다.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은 것은 현대상선(현 HMM) 경영권 방어때문이었다. 해당 계약은 금융회사 등이 당시 현대상선의 주식을 사주는 대신 현 회장에게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며, 손익 대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에 귀속시키되 금융회사 등에 일정 비율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구조조정 전문가 사외이사 선임…"도움이 절실하다는 시그널"
증권가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가 경영권 분쟁을 두고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또는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며 "현대그룹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해 너무 달라졌다. 더 이상 현대가 적통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달 주총에서 김정호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사외이사를 선임한 점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오퍼스 PE는 기업 구조조정분야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며 주목받는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특히, 김 대표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와 대우그룹 등을 거친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IB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거나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IB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권한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 하지만 경영진들이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