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예술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K-발레가 세계로 날아오르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강수진 단장은 5일 서울 서초구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발레단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많다. 어깨가 참 무겁지만 다시 한번 힘을 내기로 했다. 국립발레단 모든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강 단장은 2014년 취임 이후 9년의 재임기간 동안 국립발레단 정기 공연 관객 수를 11%, 객석점유율을 4.5% 끌어올리는 등 국민의 발레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발레의 대중화를 이끌어왔다. 또한 단원 안무가 육성프로젝트를 통해 발굴된 안무가들이 창작·재안무한 ‘허난설헌-수월경화’, ‘해적’ 등은 세계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는 K-발레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아,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강 단장이 30년 동안 구축해온 인적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이어리 킬리안, 우베 숄츠, 윌리엄 포사이드 등 해외 유명 안무가들의 작품을 국내로 들여와 세계 발레의 정수를 국내 관객에게 선보여 왔다.
4연임을 한 강 단장은 국립발레단과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시스템에 관한 질문에 강 단장은 “한국은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해도 해내지만, 창작 시간 등이 더 주어진다면 더 좋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해외 유명 발레단의 경우 단장직을 1~2년 전에 알려 인수인계 등을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준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제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국립발레단은 자체 버전 레퍼토리인 '해적'의 유럽·북미 7개국 투어를 추진한다. 오는 5월 독일 비스바덴에서 열리는 유서 깊은 축제인 5월 음악축제에서 '해적'의 초청공연을 앞두고 있다. 2020년 초연한 '해적'은 영국 낭만시인 바이런의 극시를 바탕으로 한 원작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송정빈이 새롭게 안무한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은 또 현존하는 최고의 발레 안무가로 꼽히는 존 노이마이어의 공연권 확보에 나선다. 노이마이어는 오는 8월 방한이 예정돼 있다.
또한, 문화예술 취약 지역·계층 청소년들을 국립발레단의 현역 또는 전직 단원들이 지도하는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강 단장은 “국립발레단은 2023년 서울과 지역 공연의 비중을 5대 5로 계획하고 있다. 공연 수준의 차이를 줄이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라며 “문화예술 교육도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갖고 하겠다”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