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표가 '억대 명품시계' 홍콩서 밀반입…法 "HDC신라에 과징금 정당"

2023-04-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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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역에 위치한 HDC신라면세점. [사진=연합뉴스]

전 대표이사가 전·현직 직원들을 시켜 홍콩에서 억대 명품시계를 밀반입했다 관세청에서 과징금 4억원을 부과받은 HDC신라면세점이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HDC신라면세점은 "업무와 관련 없는 대표이사의 개인 일탈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HDC신라면세점이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0년 당시 HDC신라면세점 대표였던 A씨가 명품시계 등 고가 면세품을 외국인 명의로 산 뒤 국내로 밀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4월 28일부터 같은 해 10월 4일까지 홍콩에서 롤렉스 등 고가 명품시계 4개(시가 1억7257만원 상당)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밀반입했다.

평소 HDC신라면세점과 거래하던 홍콩 소재 특판업체 직원들이 A씨 요구에 따라 외국인 명의를 빌려 국내에서 면세가로 명품시계를 산 뒤 홍콩으로 가지고 나갔고, A씨 지시를 받은 HDC신라면세점 전·현직 직원들이 다시 시계를 건네받아 홍콩에서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본부세관은 HDC신라면세점 법인에 2020년 7월 과징금 4억여 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HDC신라면세점은 "A씨 행위는 법인의 영업행위와는 무관한 개인적 일탈행위이고 업무와 무관한 사용인의 사적 일탈행위를 이유로 법인을 제재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이나 평등 원칙,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냈다.

HDC신라면세점은 "옛 관세법 178조 1항 2호 '사용인'이라는 표현은 업무 관련성 요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하므로 사용인이 본인 업무와 관련해 관세법을 위반한 경우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세판매장을 운영하는 법인의 임원, 특히 대표이사가 관세법을 위반해 밀수입 범죄 등을 저질렀을 때 세관장은 밀수입 범죄가 법인의 업무와 관련 있는지와 무관하게 해당 법인에 물품반입 등을 정지시키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세판매장 운영자가 개인이 아닌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이면 보세판매장 및 보세물품과 관련된 각종 의무와 이와 관련된 감독·감시의무 등 최종적인 책임자는 법인의 대표이사"라며 "관세법 위반행위자가 보세판매장과 보세물품에 관한 최종 관리자이자 감시·감독의무를 담당하는 대표이사일 때에는 직접적인 제재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DC신라면세점 측 주장대로 관세법 위반 혐의가 법인의 임원 등이 '업무와 관련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하게 되면 법인의 대표이사가 지위를 악용해 위법한 행위를 하더라도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지시해 타인의 명의를 빌리는 등의 방법을 쓰면 해당 보세판매장을 운영하는 법인에 그 어떠한 행정제재 처분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관세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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