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 빌라 '낙찰률(경매 물건 수 대비 낙찰 물건수 비율)'은 9.6%를 기록했다. 10건 중 평균 1건이 낙찰되기도 힘든 셈이다. 이는 지지옥션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3월에 진행된 빌라 경매 건수는 841건으로 전월(670건) 대비 25.5% 늘었다. 이는 월 기준으로 2006년 8월 (1062건) 이후 가장 많다.
서울 빌라 매매와 전세도 전년에 비해 급감한 모습이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빌라 매매량은 1월 1101건, 2월 1571건을 기록했다. 전년 1월(2863건), 2월(2463건)과 각각 비교하면 1762건, 892건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서울 빌라 매매·전세 거래 중 20% 이상을 차지하던 강서구·송파구 거래량이 전년에 비해 급감했다. 강서구와 송파구의 올해 1·2월 빌라 매매량과 전세량 합계는 각각 354건, 1954건이다. 전년 동월 매매량과 전세량 합계가 1042건, 2916건인 것을 고려하면 매매량은 66% 이상, 전세량은 32% 이상 감소했다.
빌라가 경매, 전세, 매매 등 유형을 가리지 않고 외면을 받는 원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슈화된 전세사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금리 인상으로 빌라 가격이 하락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빌라왕 전세사기로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됐던 화곡동은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집주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못 구하면서 이전 세입자들도 이사를 못 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매도 빌라 가격이 하락하면서 빌라 투자 비용이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향했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빌라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지다 보니 전세금이 더 높아지는 구조가 됐다"며 "시세보다 전세금이 높은 상황에서는 굳이 경매를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사기 때문에 경매로 나오는 빌라가 많아지는 와중에 낙찰받으려는 사람도 없다 보니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빌라 낙찰률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