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4년만에 돌아온 지역축제 … 지역경제에도 '봅바람'

2023-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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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야외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지난달 기고문 작성할 때만 해도 외출할 때 외투가 필요했다. 조금 후에 날씨가 따스해지는가 싶더니 회사 동료가 한번은 꽃샘추위가 올 것이라고 했다. 어김없이 추웠고 그 추위를 이겨낸 벚꽃이 만발한 지금, 주말이면 전국이 상춘객(賞春客)들로 가득하다. 올해는 특히 전국 각지의 명소가 특히 더 붐빌 것 같다.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던 전국의 지역축제들이 4년 만에 다시 열리기 때문이다. 필자도 며칠 전 진해 군항제를 생각하며 기차표를 찾아봤지만 이미 매진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이 일벌레이기는 하지만 휴식도 열심이다. 레저 활동이나 국내외 여행도 소득이 증가하면서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토요 격주 휴무제가 실시되고 조기 출퇴근제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직장인들한테 더 많은 여가시간이 생겨났다. 또한, 성능이 좋은 가전제품이 많아지면서 주부들의 가사 시간이 줄고 핵가족화가 진행되어 주말여행을 위한 여건이 형성되었다. 이후 직장 근무와 학교 수업이 주5일제로 정착되면서 주말의 가족 여행이 본격화되었다. 기억하기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대에 이르렀던 2000년대 중반부터 국민들은 웰빙(Well-being) 혹은 삶의 질(Quality of Life)과 같은 키워드가 강조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시대 흐름과 함께 전국 각 지역의 지역축제들이 생겨났다. 지역축제가 생겨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지방자치시대의 개막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 확인, 지역 이미지의 형성, 지역주민의 소통과 융합,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의 지자체와 주민간 원활한 소통 창구의 역할이 부각되었다. 그런 이후에는 지역의 경제적 이익 증대 기능이 부각되면서 지역축제가 상품화되어 도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지역축제는 예로부터 있었지만, 요즘과 같은 형태로 한 지역의 축제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정부의 역할이 컸다. 1980년대부터 지역축제가 관광코스화되고 관련 행사가 개발되었고, 정부는 1994년 한국방문의 해를 계기로 지역축제가 관광상품처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995년 지방화시대와 함께 전국의 지역축제 중에서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몇몇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1995년 이천 도자기축제를 시작으로 1996년 금산인삼축제, 광주김치축제 등 8개가 ‘96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었다. 이제 이렇게 알려진 지역축제는 각 지역의 특산물이 주요 아이템인 축제(특산물축제), 문화예술 행사가 주요 이벤트인 축제(문화예술제), 일반축제 등을 합쳐 올해에는 1129개가 펼쳐질 계획이다.

다양하면서도 그 지역만의 고유한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 등이 있는 지역축제는 먼저 가시적으로 그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관광객이 지역 특산물·관광상품을 구입하고 숙박·음식·교통비 등을 지출하며 축제 준비와 투자를 통한 고용이 늘어나게 되어 지역민의 소득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각 지자체마다 지역축제에 그 고장만의 특색이 최대한 나타나게끔 축제를 개최하려고 힘쓰며 축제 테마를 사용한 관광상품을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지역에 와야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야말로 지역축제가 타기팅할 수 있는 최선의 마케팅 아이템인 것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는 이와 같은 관광객 유입과 매출액 증대는 물론, 이를 넘어서서 지역 사회의 경제와 산업 구조, 경관 등 지역 전체적인 측면의 하부 구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경로도 있다. 축제를 개최하면 그 지역의 교통이나 문화시설을 새로 준비할 수도 있고 환경이나 조경시설을 마련해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즉, 축제를 위해 지역 사회 구성원들간 소통과 교류를 하면서 지역 내 관광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을 변화시키는 구조 변환적인 경제·산업 활성화 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제적인 긍정 효과를 넘어서서 수치상으로는 계산되지 않지만, 지역축제는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좋은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도 갖는다. 우리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는 측면도 있고, 지역 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문화적 관심을 북돋우기도 한다. 가시적으로는 지역주민들의 여가나 레저 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즉, 주민의 자기 고장에 대한 애착심이 커지는 효과이다.

사실 이렇게 지역축제가 가져오는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혜택은 단편화되고 개인화되는 요즘과 같은 사회에 필요한 활동이다. 그 값어치를 따질 수는 없지만 지역 내에서 이벤트를 기획하고 개최하면서 공동체의 같은 목적을 위해 협동하거나 소통·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농산어촌에 주민이 줄고 있고 귀농·귀촌인들이 유입되어도 원주민들과 쉽게 어우러지기 힘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민들과 어울리는 장(場)은 꼭 필요하겠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의 정체성을 복원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까지 개선시킬 수 있는 지역축제를 보고 싶다면, 기획과 수행 주체가 민관이 함께하는 복합 체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지자체인 관이 주도하면서 민간은 다양한 마케팅 아이템과 역량을 가미하는 방식이 성공 가능성이 높겠다.

이렇게 추진 체계가 협조적으로 구비된 이후에는 다양한 소재가 발굴되어야 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여러 가지 경로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K-컬처(culture)의 성공 요인이 세계를 바라보고 마케팅하지만, 결국 콘텐츠는 한국적인 것으로 밀고 나가는 것에 이유를 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지역만의 특색을 발굴하고 다듬어 독특한 상품과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것이 해당 지역의 지역축제가 전국적으로, 더 나아가서는 국제적으로도 알려지는 통로가 될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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