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혼외자 생부도 자녀 출생신고 허용해야"..가족관계등록법 헌법불합치

2023-03-30 08:52
  • 글자크기 설정

기혼 여성과 아이 낳은 생부, 직접 출생신고 가능해질듯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혼여성과 아이를 낳은 생부가 생모없이 혼자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도록 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3일 가족관계등록법 46조·57조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소원 청구인 A씨는 함께 살던 여성과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았지만 생모가 다른 남성과 혼인관계를 해결하지 못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A씨와 비슷한 사정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꿈’ 김지환 대표를 통해 모여 이번 헌법소원을 냈다.

가족관계등록법 46조는 혼외자 출생신고 의무를 생모에게만 규정하고 있다. 같은법 57조는 생모와 불륜관계인 생부가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생모가 소재불명이거나 특정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한정된다고 규정한다. 특히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있는 여성이 출생신고를 하면 아이는 법적 남편 친생자로 추정해 생부가 현실적으로 출생신고하기 어렵다.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자 자유권·사회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독자적 기본권이라고 봤다. 이어 이같은 가족관계등록법이 혼외 관계로 출생한 아이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출생등록은 아동이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로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게 한다"며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등록 없이 방치돼야 했던 '혼인 외 출생자'(혼외자)의 출생신고 제약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모(母)가 신고한다는 것은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자백하는 것이고, 남편이 해당 자녀의 출생 경위를 알고도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 시한은 2025년 5월31일이다.
 
다만 헌재는 아이들의 헌법소원은 받아들였지만 가족관계등록법이 생부의 권리까지 침해한 것은 아니라며 재판관 8(기각)대1(인용) 의견으로 생부들의 헌법소원은 기각했다.
 
출산으로 아이와의 혈연관계가 곧장 확인되는 생모와 달리 생부는 혈연관계를 따로 확인해야 할 때도 있어 가족관계등록부가 생모를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맥락을 고려한 판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