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한강, 법인 설립해 관리한다"

2023-03-26 13:59
  • 글자크기 설정

SH공사 내 별도 기구 신설 등 검토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럽 출장 중이던 이달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한강사업을 전담 관리할 별도 기구 설립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사진=김두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업'만을 전담 관리할 주식회사 성격의 별도 기구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오 시장이 15년 전 펼쳤던 한강르네상스 사업 이후 한 해 국내외 관광객 수천만 명이 찾을 정도로 서울의 최고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는 4700만여 명이 한강을 다녀갔다. 

그러나 10여 년 전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서 사퇴한 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애물단지로 변질돼 천대를 받았다. 한강 세빛둥둥섬이 대표적이다. 세빛둥둥섬은 2011년 오 시장이 중도 사퇴한 후 3년간 운영이 중단됐고 서울항 조성 사업은 무산됐다.

오 시장은 유럽 출장 중이던 이달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출장에 동행한 국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시장이 바뀌더라도 한강변이 시민에게 사랑받고 활용도가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지속 가능한 공식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강은 현재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본부장 2급·지방 이사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이날 별도 기구를 설립해 한강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오 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내 한강사업본부 신설'과 '별도 법인 건립' 등 두 가지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강을 통해 세계 관광 경쟁도시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오 시장은 "15년 전 한강르네상스가 철학을 달리하는 후임 시장(박원순)에 의해 거의 무화(無化)하는 바람에 10년 동안 한강변에 큰 변화 없었다"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특히 세빛둥둥섬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세빛둥둥섬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컥'한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세빛둥둥섬은 2011년 5월 부분 개방했지만 그해 8월 오 시장이 사퇴한 후 운영사 선정 취소 등 내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후 시와 최대 출자자인 효성이 운영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약 3년 만인 2014년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오 시장은 "세빛섬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후임 시장은 선거운동 때부터 세빛둥둥섬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수십만 명이 이용한 상황에서 3년간 문을 걸어 잠그고 깜깜하게 놔둔 것은 냉정하고 잔인했다"며 "시민에게 잘못된 재앙과도 같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앞서 제2세종문화회관에 시민을 위한 전망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세빛섬에도 누구나 옥상에서 무료로 전망을 즐기도록 동선을 확보해 놨는데 영업을 못하게 하는 바람에 이제 와 다시 그 동선을 살리라는 말을 못하겠더라"며 "(민간 투자사인 효성이) 시에 소송을 제기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강 사업 전담 기구 아이디어는 이번 출장 기간 방문한 독일 함부르크시 '하펜시티 프로젝트'에서 얻었다고 했다. 1997년 시작된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함부르크 엘베강과 인접한 항구 인근 노후 창고와 공장을 사무실·호텔·상점·주거지로 되살리는 155만㎡ 규모에 이르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2017년 개관 후 함부르크 명소가 된 공연장 엘프필하모니가 대표 성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함부르크시에 속한 하펜시티 유한책임회사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오 시장은 "별도 법인 가동에는 최소 1년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지만 SH공사 한강사업본부는 상당히 빠른 템포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 여러 개를 동시에 추진하는 별도 독립 조직을 만들면 이익이 남는 사업에서 얻은 흑자를 적자 사업에 투입할 수 있어 특혜 시비가 사라지고 민간에서 걷어갈 이익을 고스란히 시민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