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금융정책을 펼쳐온 일본에도 인플레이션이 오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수준에 맞춰 적절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태평양금융포럼(APFF)’에서 ‘끈적한 인플레이션, 일본 임금 인상 부추겼다’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를 했지만 수요 초과 경제로 변하고 있다”며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1% 성장했을 때 수요가 플러스로 돌아서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미·일 금리 차에 따른 엔저 △공급 측면 불안정성 △기업의 생산성 하락 △노동 공급을 근거로 일본도 인플레이션이 다가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수입물가 상승률이 50%에 육박했지만 원인 분석 결과 환율 효과가 상당히 작용했다“며 "미·일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엔저가 일본의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
또 공급망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요인도 물가를 끌어올린다고 봤다. 미··중 무역 마찰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탈탄소화라는 과도기적 불안정성을 예시로 들었다. 이 교수는 ”최근 공급망 불안지수가 낮아져 해소되는 양상이지만 미·중 마찰로 경제 안보를 고려해야 해 재고를 늘리는 등 비용이 든다“고 언급했다. 또 ”탈탄소 과정에서 화석연료 자원의 과소 투자가 공급 불안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하락한 일본의 생산능력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베노믹스’ 정책이나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금융정책을 지휘한 10년 동안 엔저를 유지하고 주가를 올렸지만 기업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라며 ”상승하는 원자재 가격을 무마할 생산성이 약해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노동력 부족도 물가 상승 압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이 견인한 취업 확대세가 최근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 기업이 전반적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올해 1월 기준 전체 일본 기업 중 51.7%가 정규직이 부족하다고 호소한 제국데이터뱅크 자료를 들었다.
이 교수는 물가 상승에 따라 일본도 금융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현재 일본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에 대해 너무 신중한 면을 수정해야 한다”면서도 “일본은 순채권국으로 금리가 급등해 세계로 공급되는 자금에 차질이 생기면 부담을 줄 수 있어 물가 인상 수준에 맞춰 적절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