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여파 해소와 함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15일 한국 증시는 1% 이상 반등했다. 증권가는 앞으로 증시 회복의 관건은 '물가안정'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높은 물가(6%)에 미국이 긴축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연준은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올 상반기 한 두차례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0.75포인트(1.31%) 오른 2379.72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31.12포인트(1.32%) 오른 2380.09로 출발해 오전 중 2395.36까지 올랐지만, 더는 상승 폭을 키우지 못하고 237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CPI 예상치 부합에 뉴욕증시는 상승했고 이는 한국 증시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6%)와 스탠더드푸어스(S&P) 500지수(1.65%), 나스닥지수(2.14%) 모두 상승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대한 우려가 다소 해소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폭락에 따른 낙폭 과대 인식으로 매수세가 유입돼 1% 이상 반등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6394억원, 772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293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기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140억원), LG전자(90억원), 삼성전기(80억원) 등을 사들였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880조원, 코스닥 시가총액은 36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이 코스닥 시장에서 3614억원을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뉴욕증시는 은행주 반등과 물가 예상 수준에 상승 마감했다”며 “당국의 개입으로 SVB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은행권의 영업 환경이 빠르게 악화한 점을 고려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 은행권에 대한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증시 상승 여부는 '물가안정'에 달려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미국의 2월 CPI의 상승률은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여전히 전월 대비 0.4% 올랐다. 이른바 '스티키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시차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도 서비스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어 '스티키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오고 있다"며 "반면 상품물가는 하락했지만, 지난 1~2월 중고차 가격이 반등했다. 오는 4월까지는 물가 지표를 계속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두 지표는 물가 반영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다음 달 CPI 상승률은 앞으로 안정된다는 전제하에 5%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SVB 사태 진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SVP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연준은 경제 지표만을 보고 물가를 잡는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금융 안정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SVB 사태로 나타났다”면서 “올 상반기 2차례 정도 베이비스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