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구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 이유로 쓰는 단골 멘트다. 침대 1위 에이스침대도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하지만 정작 원자재 구입에 쓴 비용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가격 인상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요 가구업체의 원재료 구입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업체들은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도미노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에이스 가격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상관관계가 작다고 보고 있다. 경강선·스펀지·도료·목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에이스가 원재료를 구입하는 데 쓴 금액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에이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원재료와 상품 매입액은 909억235만원으로 전년(966억4445만원)보다 약 57억원(5.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동률은 75.67%에서 75.5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 실적이다. 가동률이 유사하다는 것은 에이스 생산량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사실상 생산량이 동일한 상황에서 원재료 구매 비용이 줄었음에도 원재료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에이스 영업이익률을 고려할 때 가격 인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에이스 영업이익률은 18.8%로 동종 업계에 비해 높은 편이다. 가구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10% 미만이다.
업계 2위 시몬스침대와 비교해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시몬스 영업이익률은 2021년 기준 6%로 에이스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시몬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 동결을 선언해 에이스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에이스가 가격을 인상한 이유로 금융비용 증가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자재 구입비용이 줄었지만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크게 늘었다.
에이스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원재료와 상품 매입액이 줄었다”면서도 “원자재 단가 상승으로 인해 외주가공비 등 기타 원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앞서 에이스는 2017년에도 가격 인상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원재료 가격이 0.3% 오르는 동안 에이스가 제품 가격을 12.8% 올렸다며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