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물건을 잘 놔두지 않아요. 곧 치울 테니까 걱정마세요."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은 장을 보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과일가게 상인 김모씨(50)는 시장 내 황색 실선이 소방도로 표시선임을 아느냐는 질문에 "잘 몰랐다"며 웃었다. 김씨는 화재 시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에도 개의치 않았다.
남대문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좁은 골목은 물론 큰 길가에 있는 황색 실선도 오랜 시간 정비되지 않아 까맣게 얼룩져 알아보기 힘들었다. 상인 이모씨(45)는 "평소 시장에서 황색 실선을 보기는 했지만 소방도로 표시선인지 전혀 몰랐다"며 "다들 설마 화재가 발생할까란 생각으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골목에 아케이드 지붕을 씌우는 방식으로 조성되는 전통시장은 건축물이 아니어서 스프링클러 등 화재 예방 시설 설치가 어렵다. 남대문시장은 천장이 없고 건물이 따닥따닥 붙어 있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화재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시장 내 식당가에선 가스불을 켜 둔 채 자리를 비우는 사례도 많았다. 남대문시장 상인 최모씨(55)는 "시장이 넓고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있어 불이 나도 위험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전통시장 화재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25개 자치구 369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소화기 비치 △소방도로 확보 △비상계단 확보 △피난안내도 설치 △비상구 유도등 작동 등에 대한 화재 예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강인철 서울시 상권활성화담당관은 "봄철에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전통시장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전통시장 소방시설 전수조사를 통해 상인과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전통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서울시 대책에 상인들에 대한 화재 예방에 교육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시 차원에서 화재 예방 전수조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화재 발생 대응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