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지난 12일 카카오와 합의에 성공했다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라는 입장이다.
앞서 하이브와 카카오는 SM 경영권을 두고 한 달여간 대립을 이어오다가 지난 10일부터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 3일째인 이날 오전 전격 합의를 발표, 경영권과 플랫폼 협력 방향으로 협의했다. 다만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협력 방안에 "정확한 내용을 알릴 수는 없으나 실질적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지분 14.8%에 대해서도 "SM 주식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가요 관계자 A씨는 "어느 순간부터 중소기업 아이돌들이 살아남기 힘들어지지 않았나. SM까지 하이브에 인수된다면 K-POP의 색깔이 획일화되지 않을까 우려한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업계 관계자들도 걱정하는 반응이 많았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 B씨는 "카카오가 가진 IP와 SM의 IP가 결합하는 만큼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전부터 카카오엔터가 K-POP 음악 분야를 확장하고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SM의 IP를 확보하며 더욱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문화, 콘텐츠로 본다면 확실한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 만한 만남"이라고 말했다.
앞서 SM 3.0이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혼자의 힘으로 진행되던 음반 제작 방식을 탈피해 제작 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골자다.
B씨는 "소속사의 약속대로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음반 활동과 전문성이 약속되었으면 한다. SM 3.0에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짚어냈다.
B씨처럼 SM 3.0에 관한 팬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멀티 레이블 체제로 더욱 전문성이 높아지고 음반제작 시간도 단축된다는 점이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SM 측은 의사 결정이 센터·레이블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음반을 낼 수 있다고 소개하며 2025년까지 활동 아티스트(가수) 21팀 이상, 연간 40개 이상 음반 출시에 음반 판매량 2700만장 이상, 400회 이상 공연을 목표로 내걸었다.
또 하이브·JYP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로 꼽히던 북미 시장도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은 전략적 사업 파트너(카카오)와 합작회사에 기반한 북미 제작센터를 설립해 내년 하반기 미주를 거점으로 하는 신인 그룹을 데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습생 캐스팅과 트레이닝 과정에서 미주만의 고유한 팬 문화 특성을 반영해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SM이 당초 기획했던 'SM 3.0'의 비전은 향후 K-POP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찍이 K-POP 문화와 아시아 내 한류를 이끌어왔던 SM이 새 비전을 통해 열어갈 '넥스트 레벨'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