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이 복귀하면서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 삼형제'는 서 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당시와 비교해 주가가 50% 넘게 떨어졌다. 무한 지지를 보내던 소액주주도 돌아섰다. 서 명예회장의 복귀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기업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지난 5거래일 동안 47.1% 급등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9.7%, 셀트리온은 9.4% 올랐다. 이들 셀트리온 상장 계열사의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린 건 서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다.
셀트리온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상장 계열 3사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서 명예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 명예회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3사의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동 이사회 의장에 오른다.
회사는 서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가 적극적인 투자를 신속하게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유럽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유플라이마'는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경쟁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져가기 위해선 유플라이마의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주주 입장에선 주가 회복이 관건이다.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소액주주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던 서 명예회장이 주가 회복으로 신뢰를 다시 쌓아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 명예회장이 퇴진한 뒤 셀트리온 3사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회사 측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현재는 셀트리온 강성 소액주주마저 등을 돌린 상태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서 명예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2020년 12월말 33만원대에서 15만원대까지 밀려났다. 50조원에 가까웠던 시가총액은 22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셀트리온제약도 22만원대에서 8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2일 5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 역시 15만원대에서 6만원선으로 낮아졌다.
2019년 첫 매출 1조원 달성 후 1년 만에 한미약품을 밀어내고 제약·바이오 정상에 등극했지만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의 지지부진한 합병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
앞서 셀트리온그룹은 2020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를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공급받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글로벌 판매, 셀트리온제약이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다. 지주사 아래 3사 합병법인으로 단순화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복안이었다. 서 명예회장은 복귀 후 이 같은 과제 해결에 나설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서 명예회장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제때 복귀했다는 것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며, 경기부진으로 위축된 제약바이오 업황에 지금이야말로 적극적 투자가 진행돼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도 "공식적으로는 미래성장동력 발굴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미국시장 공략, 후속 바이오시밀러 출시, 3사 합병 등 모든 주요 현안에 직접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라 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강한 리더십의 복귀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