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을 거머쥔 김기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지명도를 크게 높였다. 전대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스포트라이트와 논란을 한 몸에 받았다. 지방 정치인에서 전국구 정치인이 됐다는 얘기다. 전대 출마 때부터 대중적 인지도 부족이 그의 발목을 잡아왔다.
여당 수장으로서 내년 총선을 이끌 만한 스타성과 무게감이 부족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여의도에 입성한 이후 울산에서 4선을 했지만 중앙 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약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전대 출마 전부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실세인 장제원 의원, 여권 내 정치 스타인 나경원 전 의원과 반목과 연대를 거듭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대권 주자였던 안철수 후보와의 치열한 당권 경쟁도 그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계기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데 따른 경쟁 후보들의 집중 공세가 역설적으로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된 것이다.
김 대표는 그간 주요 당직을 맡아 오면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나라당 대변인을 거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조정위원장,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대표적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 포용력, 행정경험 등이 강점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17대 국회에선 당내 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에서, 18대 국회에서는 중도 성향 재선급 의원 모임인 '통합과 실용'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NGO(비정부기구) 모니터단이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위원으로 7년 연속 뽑혔다.
김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역임하면서 행정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65%라는 압도적 지지로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2018년 재선에 도전했으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패배했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58.4%를 득표하며 당선돼 원내 복귀에 성공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새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나서지 않았다. 대신 초선·중진 의원들과 접점을 넓혀가며 2기 원내대표를 준비해 당선됐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사이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은 김 대표의 최대 강점이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원내대표로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대선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갈등 봉합 등 이미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쌓인 만큼 당정과 당대(대통령실) 간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4선 중진인 김 대표는 친윤계 등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지지 기반도 탄탄해 당원 동원 측면에서 현저히 유리하다는 평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