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 해결을 위해 '제3자 변제' 방식을 공식 발표하자 피해자 측과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18년 10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5년간 한·일 관계에 최대 난제였던 사안에 대한 해법이 제시됐지만 여진은 상당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전범 기업이 배상에 참여하지 않은 점,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적 사과가 없는 점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정부는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 측 반성과 사죄가 포함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일본 정부 측 입장 표명을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로 수용하겠다는 태도지만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다만 '제3자 변제' 방식을 수용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으로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日 직접적 사과 없어···유족·피해자 받아들이지 못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오후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변제와 배상은 법적 책임을 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 해법은) 결국은 보상금을 준다는 이야기"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배상이란 판결에 대해선 어떤 것도 해결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피해자들도 사법적으로 자신들이 이겼기 때문에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 점을 일본이 아닌 한국이 막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일본의 직접적인 사과 역시 없다"며 "그렇기에 유족들과 피해자 측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본 정부 측 사과와 기업의 배상도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강제징용 제3자 변제를 수용하는 것이 일본에 굴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과는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경제 위기 상황과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 일본과 상호 관계가 증진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학과 교수도 윤석열 정부의 결정에 대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한·일 관계가 삐걱대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 않나"며 "우리 혼자 힘만으로는 반도체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