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어의 꿈'은 2020년부터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큰 사랑을 받았다. 바닷속 외로운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꿈을 꾸면 어디는 날아가 오색찬란한 빛을 발하는 문어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쓴 노래다. 안예은은 문어가 똑똑한 동물로 알려져 있어서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서 색이 바뀌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문어의 꿈'을 통해 만 4세부터 학부모까지 인기의 영역을 넓히게 됐다. 그와 처음 만난 자리인 2022년 10월1일 강남 교보문고에서 진행된 '안일한 하루' 출간 기념 사인회에서 한 아이는 너무 기쁘고 반가워서 그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문어의 꿈'이 안예은에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삶에 있어서 준 영향은 뭘까.
이어 "아이들은 자기의 힘으로 창작물을 잘 소화시키는데 어른들이 어렵다고 듣지 말라고 하는 걸 보면서 '어른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창귀를 좋아한다더라. 그 소식을 듣고 편곡자와 '이게 맞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언급한 것처럼 문어의 꿈은 밝은 노래지만 가사의 의미는 밝은 노래가 아니다.
그는 문어의 꿈을 만든 계기에 대해 "3집 앨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였는데 제가 하는 직업이 보통 밤에 많이 하는 일이다. 근데 밤에 번화가에 나가면 다 놀러 온 사람들만 있었다. 혼자 일을 하러 가는 게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며 "마침 그때 문어에 관한 뉴스를 보고 문어가 똑똑한 동물로 알고 있는데 바닷속에서만 사는 게 안타깝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랑 비슷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 만든 노래다. 사실 슬픈 노래라고 생각하면서 쓴 노래"라고 밝혔다.
20대에 음악을 시작해서 어느덧 30대가 된 그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의 꿈을 얼마나 이뤘는지 궁금해 물었다.
안예은은 "진짜 많이 이뤘다.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일 크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용돈 벌이라도 해야지' 하고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다. 근데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게 해결이 됐다는 게 제일 크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오디션프로그램 자체를 음악을 그만두려고 할 때 나간거다. 20대 중반까지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운이 좋아서 데뷔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출판과 OST 작업 그리고 뮤지컬을 하고 싶었다. 이것들을 마흔 넘어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20대 때 역적 OST를 했고 2020년에 뮤지컬 음악을 하고 2022년에는 출간을 해서 너무 빨리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우림의 김윤아가 롤모델이라는 그는 "저는 자우림의 김윤아 선생님을 락 페스티벌 요일이 겹쳐서 만났었는데 너무 따뜻하게 맞이 해주셨다"며 "만나 뵙기 전에 트위터 맞팔을 해주시기도 했다. 잘못 누르신 줄 알고 일주일 동안 새로고침을 했는데 목록에 계속 있길래 '진짜 해주셨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것만 해도 성덕인데 2019년에 락 페스티벌에서 너무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그 후에 SNS에 '섬에서 섬으로' 나왔을 때 홍보를 해주셨다. 아직도 꿈 같아요. 신난다는 것 이상으로 신이 간택을 해준 느낌이예요"라고 말했다.
개그맨 송은이, 김숙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자살 방지 캠페인 행사에서 뵀는데, 매일매일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이 송은이, 김숙님의 3도 뮤직비디오가 저를 살게 해줬다고 하고 CD에 적어서 드렸다"고 했다.
가수로서의 안예은과 사람으로서의 안예은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가수로서는 멋있는 척을 많이 하고 이미지가 강한 사람으로 많이 봐주시더라. 특히 무대에 올라갔을 때 제가 자신감이 없어 보이면 티가 나고 공연 퀄리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해서 최대한 내가 여기서 제일 멋있다는 최면을 거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독 공연을 할 때 스위치를 올려서 가수 안예은으로 올라와 있다가 그게 꺼지는 순간 사람 안예은이 되는 것 같다. 저는 회식 가면 너무 힘들어서 1시간 동안 한마디도 안 한다. 그게 사람으로서 안예은의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직업이 있어야 되잖아요. 안정적이게 유지를 하고 싶고 창작을 하는 비중과 무대에 직접 오르는 비중 중에서 창작을 하는 비중을 높이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언젠간 할머니가 될 그는 "백발의 할머니가 되면 까만 머리로 염색을 안 할 거다. 백발로 다니고 제 서재에서 한 손에는 위스키를 들고 한 손에는 책을 보면서 지내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몸이든 마음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건강했으면 좋겠다. 꿈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포기를 하게 될 때가 찾아오더라도 자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