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한·미 금리차, 원·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으로 1300원대를 웃돌던 환율이 재차 상승 압력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날 환율은 달러당 1304.9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19일(1302.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달 초 1220원까지 내려선 것과 비교하면 오름세가 가파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 총재는 "미국 통계가 시장 내 심리를 오락가락 변하게 했고,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벌어진 한·미금리차를 특정 수치에 기대 쫓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따른 쏠림 현상이 있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외환시장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견조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강경해지고 있어서다. 만약 내달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한·미 간 금리차는 역대 최고 수준인 1.5%포인트(1999년 6월~20001년 3월)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는 자본유출 압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자본은 더욱 높은 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몰려갈 것이고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의 수요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 대부분은 현 기준금리보다 더 높은 3.75%까지 최종금리 수준을 열어둬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선 주요국 경기 대비 국내 경기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는 점, 물가에서 경기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듯한 현 정부 정책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금리인상 종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을 직전 전망치(1.7%)보다 0.1%포인트 낮은 1.6%로 하향 조정하고 올해 연 물가상승률도 3.6%에서 3.5%로 0.1%포인트 낮췄다. 다만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5%에서 2.6%로 높였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과 한은 금통위 이벤트를 소화하면서 당분간 외환시장 내 변동성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달 한국 수출입 실적이 발표되고 미국 고용과 소비자물가 발표에 따라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 외환시장이 통화완화 기대 심리에 이끌렸던 1월과는 달리, 연준의 결정에 주도권이 넘어간 만큼 1300원 중심으로 환율 밴드가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