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국민의힘) 간사의 이 같은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전해철 환노위원장이 재적 의원 16명 중 과반인 10명(민주당 9명·정의당 1명) 투표로 ‘가결’ 의사봉을 두드리는 와중에도 임 간사의 “법안 반대” 외침은 이어졌다. 지난 21일 국회 환노위가 전체회의에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관문은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뿐이다.
노란봉투법이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면 정국은 또 한 번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당장 의석수에서 밀리는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꺼내 들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환노위 회의에 앞서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관심이 많은 법안, 민생 법안이 한 정치세력에 의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다면 많은 국민이 실망하실 것”이라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염두에 둔 야당의 폭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환노위를 거친 노란봉투법을 ‘법사위 패싱’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위원장인 법사위를 우회해 오는 4월 본회의에 법안을 직회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노란봉투법이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원도급·하도급 간 산업생태계 교란, 법치주의 훼손, 노사 관계 파탄, 경제 악영향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일제히 쏟아냈다. 이런 주장에 비춰 노란봉투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대상을 확장해 ‘합법 파업’ 범위를 넓히는 것이 골자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고, 파업이 어지간하면 불법인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도 크다. 특히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 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헌법이 규정한 ‘노동 3권 보장’이란 노동조합법 목적에 비춰 보면 당연한 권리다.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가 줄곧 한국 정부에 권고해온 내용인 것도 맞다.
다만 노란봉투법에도 적잖은 결함이 있다. 위헌 논란까지 빚었던 ‘불법 파업이라도 노조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대신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돼도 귀책 사유를 따져 파업 참여자의 개별적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대체됐다. 실행이 매우 어려운 책임 산정을 의무화해 손배 청구를 사실상 봉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도 무리라고 법조계에서는 지적한다. 일각에선 ‘사용자(진짜 사장)’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데 처벌만 앞세우면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고 본다.
이렇듯 경제계 곳곳에서 갈등이 예상되는 성급한 입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 정치권의 용단이 필요한 것은 사회 갈등 조장이 아닌 사용자와 노조가 공존하는 법안이다. 노란봉투법이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에 직회부하려면 60일이 필요하다. 그 기간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 어렵사리 통과한 법안이 ‘대통령 거부권’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촌극은 피해야 한다. 그런 최악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지금 국민이 바라는 ‘상생의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