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발전하려면 우선 금융 인프라가 충분하게 조성돼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게다가 기업 투자, 외국 자본 유치,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을 비롯한 인센티브 부여 등 인프라가 우선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경제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김태균 경제정책실장은 "여의도가 금융 중심지로 지정됐음에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최근 의원 발의된 조세특례제한법의 수도권 배제 조항에 대한 국회 통과 지연도 서울 발전에 저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적극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다국적 기업 유치,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는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경제 발전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애원하는 듯했다.
김 실장을 만나 서울시 경제 여건에 대한 명암(明暗)을 짚어봤다.
-서울투자청이 출범 1년을 맞았는데 두드러진 성과는 있는가.
"서울투자청 설립은 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우리 기업에 대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서울에 외국인 기업의 투자 유치를 늘리기 위해 설립했다.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1년간 의미 있는 성과가 났다. 지난해 서울투자청은 3613억원을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투자 유치 금액 1123억원과 비교할 때 3배이상 증가한 파격적인 규모다.
특히 은행과 연계한 투자 신고, 노무·법률·세무·비자 등 경영, 사무실 임차 비용 등 단계별 과정을 전문가 집단이 밀착 지원하는 ‘FDI 올인원 패키지’가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67개 기업에서 1470억원을 유치했다."
-서울투자청의 대표적 성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넷플릭스 자회사 ‘아이라인 스튜디오’를 서울에 유치한 것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1월 ‘아이라인 스튜디오’와 특수효과 영상 스튜디오를 서울에 신설하기로 했다. 앞으로 5년간 외국인 투자 1억 달러(약 1370억원)와 신규 인력 최소 200명 채용을 비롯해 국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가상 제작 기술을 습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해 중동, 유럽 등 도시별로 투자 유치를 통해 연계가 가능한 다양한 기회를 씨앗처럼 뿌리고 꾸준하게 관리하고 있다. 투자 유치는 한번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쟁력을 확신하게 만들어야 가능한 만큼 다양한 대륙,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표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서울의 금융지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울의 금융지수는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세계 5대 금융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아시아 금융중심 도시 서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투자 유치 전담조직인 서울투자청을 운영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과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 9월 36위까지 하락했던 국제금융센터지수가 지난해 9월에는 11위까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참고로 경쟁 도시 싱가포르는 3위였으며 홍콩 4위, 상하이 6위, 베이징 8위, 선전 9위 등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울이 미래 부상 가능성 부문에서는 1위로 평가되는 등 금융허브 서울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 싱가포르는 2위였고 홍콩이 4위였다."
-왜 싱가포르와 홍콩을 경쟁 상대로 삼고 있나. 그곳에 있는 기업 유치가 1차 목표인가.
"아시아 대표 금융 중심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열에 여덟은 싱가포르와 홍콩을 지목할 것이다. 이런 지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 글로벌 인재들이 살기 좋은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수십 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 중심지로 손꼽힌다. 금융사와 법률, 회계법인, 신용평가사가 한데 모인 단지(Complex)로 자리매김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세계 외환시장에서 런던과 뉴욕에 이어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글로벌 파이낸셜센터 지수(GFCI)'에 따르면 뉴욕은 1위, 런던은 2위, 싱가포르는 3위, 홍콩은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살아보고 싶은 도시’를 꼽으라고 한다면 '서울'을 꼽는 외국인이 단연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매력적인 K-콘텐츠를 통해 서울에 대한 호감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고 글로벌 기업은 직원들이 ‘살고 싶은 곳’을 해외지사 조건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서울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만 기업 유치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세금’ 부분에 대한 개선을 실행해 옮기지 못한다는 현장 답변이 많다. 이런 규제들이 완화된다면 서울이 싱가포르·홍콩과 함께 더 나은 금융 시너지를 낼 것오로 본다. 서울의 금융 경쟁력 강화는 궁극적으로 유럽, 미국 시장과도 겨룰 수 있는 ‘아시아 금융 경쟁력’으로 직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 경쟁력, 정부가 각종 규제 풀어야"
-서울이 가진 것이 많다고 하지만 다른 경쟁 도시에 비해 각종 규제가 너무 많지 않은가. 금융 규제로 인한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금융 경쟁력’이다. 모든 산업은 인재, 기술,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훌륭한 기술과 자본을 가졌다고 해도 ‘금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산업 성장이 어렵다. 전통 금융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 금융화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국제 정세 변화, 글로벌 경제 침체 등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할 마지막 타이밍이다.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전제로 하는 수도권 규제는 금융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다. 가령 서울과 경쟁하는 세계적인 도시들, 특히 싱가포르나 도쿄 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도쿄는 녹색금융 관련 기업이 진입할 때 최대 1000만엔(약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도쿄도에 아시아 헤드쿼터 특구를 지정해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와 연구개발 거점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업 종업원에 대한 재류(在留) 자격 취득 요건 완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17%)에 더해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면 5년간 최대 5~15%인 일반 싱가포르 법인세율 대신 더 낮은 우대 세율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서울은 여의도가 금융 중심지로 지정됐음에도 조세특례제한법의 수도권 배제 조항에 발이 묶여 금융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그 어떤 혜택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지털금융특구에 대한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어느 정도 진척됐나.
"디지털금융특구(해설 참조)는 서울 금융 정책에 대한 오 시장 의지와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인 디지털금융 대전환 시대에 서울이, 한국이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사안이다.
특히 디지털금융특구 지정 등 제도적으로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중심 금융산업 구조를 혁신해 재편하고 핀테크기업을 육성하고 빅테크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금융 육성과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디지털금융의 핵심인 핀테크기업 73%가 여의도에 몰려 있다.
"서울시 차원에서 당장 추진 가능한 방법으로 여의도 금융 중심지를 디지털금융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1월 개관한 제2핀테크(블록체인) 랩과 2026년 개관할 디지털금융지원센터를 통해 디지털금융기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 우수 인재 서울 유입과 정착을 위한 외국인 정주 종합 지원체계를 반드시 구축할 것이다. 여의도를 금융 중심지, 디지털 금융 중심지로 조성해 서울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디지털금융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올해 서울시 투자 유치 계획은.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칫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거나 기업 성장을 위해 해외 투자 유치가 필요한 서울 기업에 적극적으로 국내외 투자자를 연결해 나가고 있다. '서울투자청=투자플랫폼'을 공식화할 것이다.
또 연중 공격적인 현지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홍콩, 다음 달 3월에는 유럽 등 연중 대륙마다 전방위 현장 투자 유치전을 벌일 예정이다.
핀테크, 바이오, 콘텐츠, 인공지능(AI) 등 서울 신산업 육성을 위해 런던, 보스턴 등 산업별 클러스터와 연계한 글로벌 기업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중동 오일머니의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 여기에 글로벌투자유치단을 지난해보다 2배 확대해 서울의 유망 기업과 전 세계 투자자를 매칭시키고 있다."
-'글로벌 톱5 금융도시 서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은 세계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디지털 금융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인 도시 중 하나다. 양재 AI 허브, 구로 G밸리, 여의도․마포 핀테크 랩과 같이 과학기술 기반 클러스터도 곳곳에 갖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디지털 금융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재편을, 아시아 금융허브 도약을 위해 두 번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핀테크 스타트업 127개와 우수 인재들의 활발한 기업 활동이 조만간 유니콘 기업울 탄생시킬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회사에 대해 자유로운 국내 진입을 밀착 지원하겠다. 서울국제금융오피스를 확충하고 그들을 원스톱 서비스로 지원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금융산업 플랫폼(앵커시설) 구축을 위해 연면적 4462㎡에 이르는 디지털금융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2026년 9월 입주할 수 있다.
금융산업은 무엇보다 우수 인재가 핵심이다. 서울시는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 핀테크 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380명씩 금융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용어설명
디지털 금융특구=제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기술 여건 속에서 새로운 기술을 규제 없이 연구하고 금융서비스화할 수 있는 구역으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나 핀테크기업뿐 아니라 이들이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금융, 세제, 행정 지원, 편의시설 등이 모두 한곳에 모여 시너지를 내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의미한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공약에 '여의도 금융타운을 금융허브특구로 지정해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