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주의 몰락(中)] '승자독식' 선거제도, 한국 정치 발목…'팬덤' 대신 비판·견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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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 번번히 실패…양당 기득권에 개악·꼼수 얼룩

정당 내 다양한 목소리 없어...신진 정치인, 정계 진출 불가능

국회 본회의장 전경 2023.02.08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는 소선구제다. 한 표만 많으면 당선된다. 승자독식 선거라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라이벌을 공격해서 단 한 표만 더 얻으면 모든 걸 갖는다. 사표 비율이 49.98%로 나머지 절반의 표는 죽는다. 이게 우리 정치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개선해야 할 점이다. 

우리 정치권은 지역주의와 결합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거대 양당의 독식을 불러왔다. 2004년 총선 때부터 정당명부 투표가 실시됐지만 비례의석 수가 너무 적어 정당득표율만큼 의석도 배정되지 못했다. 정치권은 거듭 선거제도 개편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각 정당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개혁 논의는 미풍에 그쳤다. 이와 더불어 현실 정치의 대화와 타협을 방해하는 팬덤정치 역시 불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정당 망가뜨려···'내로남로' 정치 문화 정착시켜야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한 이후 진영을 가리지 않고 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현 소선거구제가 국민 의사를 대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선거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승자독식' 선거제 개편을 통해 '내로남로(내가 해도 로맨스, 남이 해도 로맨스)' 정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승자독식' 선거제도는 정당 내부도 망가뜨린다. 공천을 한 명만 받으니 경쟁이 치열하다. 정치인들이 진영 논리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공천권에 영향을 미치는 쪽에 충성 경쟁을 벌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친윤석열)' 경쟁이 벌어지고 민주당에서 팬덤 편승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당 내 다양한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고 신진 정치인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4일 '개딸'(개혁의 딸)들의 사실상 '내부 총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대표는 "저한테 '찢'이라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똑같은 것"이라며 "그 단어(수박)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다. 거기에 상처받는 분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강성 지지층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며 당내 단합을 강조한 것에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팬덤 정치'가 내년 총선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팬덤 정치 한목소리로 비판···"조건 없는 지지는 정치 발전에 도움 안 돼"

전문가들은 팬덤 정치를 비판하면서 정당이 본연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준환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주경제'와 통화하면서 "정당이라고 하면 지지층의 이해를 대변해주고 이를 입법화하고 정책화해서 국민 복리 증진에 힘쓰는 게 주요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팬덤이라는 것은 조건 없는 지지다. 맹목적인 충성이기에 이것은 결코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안에 따라 비판과 견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구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한쪽으로 논의를 집중시키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중대선거구제가 된다고 해서 다당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득권 정당을 강화할 수 있다"며 "너무 한쪽으로 논의를 집중시키는 것은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팬덤정치의 문제점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과 인물 중심의 정치에서 촉발된다"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일부 지지층보단 정당 전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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