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에 공시제도·분리계좌 도입 추진..."도입 초기 혼란·실효성 의문"

2023-02-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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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할 정보에 대한 합의된 기준 없어"

2021년 5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위메이드의 디지털 자산 위믹스는 지난해 11월 '불성실 공시'를 이유로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위메이드가 자체 공시했던 유통량보다 실제 유통량이 약 8000만개나 차이 난 게 화근이었다. 이후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위믹스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증권과 달리 코인은 추가 발행하거나 유통하더라도 '변동 공시'할 법적 의무가 없다.
 
디지털 자산 일부가 국내에서 '증권형 토큰'으로 인정받으면서 금융당국이 코인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자산의 '백서'(공시정보)를 기존 증권처럼 공시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인은 증권과 달리 발행사 실적에 가치가 좌우되지 않기 때문에 공시할 내용과 기준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백서상 공시 기준이 불분명해 혼란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기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 규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구체적인 디지털 자산 규제안을 연이어 예고했다.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입법안도 17개에 달한다. 오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부곤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혁신국 국장은 지난 16일 한국정보보호학회, 한국재무학회,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전경련회관에서 주최한 '디지털 자산시장 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디지털 자산은 전통적인 금융·자본시장에 거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도 자본시장과 유사한 규제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자본시장법과 비슷한 규제 방향을 시사했다.
 
"숫자 하나 달라졌다고 공시해야 하나···공시 기준 불분명"
금감원은 지난 10일 가상자산 증권성을 따지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 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눠 투트랙으로 관리한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증권형으로 분류되면 자본시장법 테두리 안에서 규제를 받는다. 거래소의 자율 규제에 맡겼던 코인 공시도 증권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시제도는 위믹스 사례처럼 코인 투자자와 발행·운영자 간 정보 불균형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문제로 거론돼 왔다.
 
다만 기존 공시제도를 디지털 자산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과 달리 디지털 자산은 발행사 재무 상태에 따라 가치가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삼정전자 주식 가치는 회사 실적에 영향을 받는 반면 비트코인 가치는 최초 발행인의 행적과 거의 관련이 없다. 증권은 발행 시 하는 ‘발행 공시’ 외에 발행사의 사업 형태나 재무 상태가 달라질 때마다 '유통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디지털 자산에도 적용하기에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시’할 정보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증권은 기존 판례들을 통해 공시 내용 중 어떤 사실이 중요한지 합의된 기준이 있다. 그러나 코인은 백서에 사소한 내용까지 변동공시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중요도는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한 상태다. 정영기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백서에 사소한 부분까지 변경됐다고 공시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직접 공시해야 하는 당사자로서는 난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파산 시 투자자 피해 공백···"'신탁' 도입 고려해야"
별도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비증권형 코인’은 법안이 제정되기에 앞서 투자자 보호책이 먼저 마련된다. 금융업상 발행사가 고객 예치금과 보유 자산을 분리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을 이용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 과장은 토론회에서 “증권형 코인은 규제가 나온 상황이다. 비증권형은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부터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리 계좌를 도입하더라도 거래소 파산 시 투자자 보호책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는 예금자 보호법, 신탁 등 보호 장치가 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가 파산하면 투자자는 우선 변제권 등이 불투명하다. 계좌를 별도로 분리하더라도 거래소가 파산하면 투자자 몫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정 변호사는 “자산 구별 관리는 횡령을 방지할 수는 있어도 도산에 대한 1차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도산법을 개정하기 어려우면 외부에 신탁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들도 검증된 신탁사에 투자자 돈을 보호하고 있다. 이정엽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은 “백서가 나와도 백서대로 실행하지 않아서 피해가 생긴다”며 “검증된 신탁사가 백서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도록 관리하면 발행자의 불법 행위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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