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접 국가인 시리아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시리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와 달리 서방과의 외교 채널이 원활하지 않고 장기간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시리아가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이고 복구에 전념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BBC·알자지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시리아 북부에서 1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보건부는 알레포와 하마, 라타키아 지역 등에서 큰 피해가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반군들의 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곳이기도 해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도 트위터를 통해 "강추위와 폭풍이 몰아치는 기상 여건이 구조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반군 장악지역에서도 최소 수백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시리아의 외교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반서방 강경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한다는 것과 인권 침해 상황을 근거로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강진이 발생하자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부터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튀르키예와 협력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지원은 즉각 약속했지만 시리아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인권 침해 상황을 규탄해온 만큼 비정부 기구를 통한 우회적 지원이 거론된다. 국무부는 지진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시리아 사람들이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지난 12년 동안 해온 제재를 계속할 것이다. 대신 현장에 있는 인도주의적 단체에 상당한 양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아닌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다.
국제 단체를 통한 지원이 추진되더라도 시리아 정부의 선택이 변수로 남아있다. 전날 이스라엘 정부는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AFP 통신은 "수십년간 시리아인을 사살해온 살인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냐"는 시리아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가 이스라엘의 지원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와의 협력은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시리아에 군인을 300명 이상 보내 복구를 지원했다. 러시아는 알 아사드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지원은 반군 지역까지는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