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가 줄고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심화하자 지방대가 특성화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반도체·원전산업 등 첨단 학과를 속속 개설해 신입생을 끌어모았다. 일부 대학 반도체학과 경쟁률은 8대 1 수준까지 치솟았다.
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방 소재 대학은 올해 입시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 모집 인원을 전년보다 늘렸다. 지난해엔 수시·정시모집을 합쳐 총 527명을 선발했지만 2023학년도에는 225명 더 많은 752명을 뽑았다.
대학이 선발 규모를 키웠지만 경쟁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2023학년도 지방대 반도체학과 수시 정원은 481명으로 전년(350명)보다 131명 늘었다. 지원자는 지난해 1414명에서 올해 2317명으로 903명 많았다. 지원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약 1.6배 늘어난 것이다. 전국 경쟁률도 뛰었다. 지난해엔 4.04대 1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4.82대 1로 크게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과 각종 규제 완화 방안이 대입 수시 전에 발표됐고 그 영향이 정시까지 이어져 최종 집계한 경쟁률이 전년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도체학과 인기는 정시에서도 이어졌다. 지방대 반도체 관련 학과 경쟁률은 일반 학과보다 높았다. 종로학원이 193개 전국 일반대 정시모집 경쟁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수도권 대학 경쟁률은 3.56대 1이었다. 반면 지방권 반도체 관련 학과 경쟁률은 3.64대 1로 그보다 높았다.
특히 경상국립대 반도체학과 경쟁률은 8.55대 1로 12개 지방대 반도체 관련 학과 중 가장 높았다. 학과 자체로도 전년보다 두 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2명을 뽑는 데 37명만 지원해 3.08대 1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으로 인기가 시들했던 원자력학과도 윤석열 정부 들어 인기 학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대·한양대·세종대·경희대(국제) 등 전국 원자력학과는 올해 수시에서 총 114명을 뽑았는데 1076명이 지원해 경쟁률 9.4대 1을 기록했다. 전년 8.7대 1보다 높아진 수치다.
지방에서 유일하게 원자력학과를 두고 있는 조선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시 경쟁률은 지난해 3.10대 1에서 올해는 3.17대 1로 높아졌다. 정시 역시 2대 1에서 3.33대 1로 상승했다. 다만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정원을 축소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대 수시 정원은 지난해 39명에서 올해는 35명으로, 정시는 16명에서 12명으로 4명씩 줄었다.
임 대표는 "아직까지 입시 때 학과가 아닌 대학 중심 선호 경향이 있다"면서 "의대처럼 졸업 이후 면허증이나 자격증을 확보하기 쉬워 졸업 후 청사진이 그려진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방대에 갈 유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졸업 후 확실한 취업이나 미래 보장 장치가 없으면 학생이 몰리기 힘들다"며 "기업 계약학과 등으로 대학을 특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돕고 지방대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