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오너 2·3세가 기업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M&A)을 넘어 수십 년간 이어온 사명 변경까지 시도하며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식품업계는 장수기업 비중이 높다. 그만큼 안정적인 사업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다. 식품업계가 최근 변화에 시동을 건 배경은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 악재와 달라진 소비 트렌드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에 따른 영업이익률 감소에 인구절벽이 겹치며 기존 사업만으로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도 변화를 이끈 요인이다.
변화의 중심에 선 이들은 창업주를 대신해 경영 전면에 등판한 오너가(家) 2·3세다.
◆오너 2·3세 사업 다각화 주도···동원그룹·hy 등 종합 유통물류기업 도약 모색
6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하고 매일유업이 사명 변경을 검토하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식품기업이 늘고 있다.
동원그룹은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17일 한국맥도날드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지난주 1차 실사를 거쳐 양사는 매각 가격을 조율 중이다. 맥도날드가 제시한 매각가는 5000억원 선이다.
인수 참여는 지난해 11월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한 뒤 이뤄진 첫 대규모 투자 결정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룹 지주사 동원산업 최대주주인 ‘오너 2세’ 김남정 부회장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의 ‘참치 회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격적인 M&A 추진을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 실제 2008년 미국 참치 통조림 제조업체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14년 테크팩솔루션,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M&A를 잇달아 성사시킨 바 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배달대행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hy는 총 8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약 67%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도 창업주 고(故) 윤병주 회장 외아들인 윤호중 회장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윤호중 회장은 한국야쿠르트 사명을 hy로 바꾸며 ‘유통물류 전문기업 도약’을 새로운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오리온은 바이오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자본금을 34억원 늘렸다. 이로써 오리온홀딩스 자회사는 △오리온 △쇼박스 △오리온 제주용암수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등 4개로 늘었다. 오리온은 2019년 말 프리미엄 생수 ‘용암수’를 출시하며 생수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유업’을 뗀 사명 변경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과거 유제품 중심인 사업 구조에서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대체유와 단백질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커피전문점 ‘폴바셋’,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 등 외식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식품기업이 공격적인 도전에 나선 데는 불안한 대외 환경이 한몫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경기동향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식품산업 경기 전망지수는 91.1로 전 분기 대비 8.2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심화하는 인구절벽도 식품업계 신사업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수는 약 5144만명이다. 전년보다 19만9771명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출생자는 25만4228명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출생자 수는 2016년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인구수가 감소하면서 내수 시장만으론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저출산 문제로 인해 분유를 생산하는 유업계나 제과업계에서 사업 재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사업 확장은 재매각으로···외식업계 ‘M&A 잔혹사’
불황일수록 알짜 매물이 등장하지만 M&A는 실패 사례도 많다. 기업 회생 능력이 없는 회사들을 덜컥 인수했다가 재매각 수순을 밟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빅5’ 중 롯데리아를 제외한 맥도날드·버거킹·맘스터치·KFC 4곳이 줄줄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이마트 노브랜드 버거와 SPC 쉐이크쉑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햄버거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상당수 햄버거 브랜드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만큼 전통을 고집해왔고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에는 미국 얌(Yum!) 브랜드가 보유한 한국 피자헛이 매각됐다. 국내 진출 당시 한때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피자헛은 부진을 거듭한 끝에 팔렸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불고기브라더스는 증자와 감자를 거듭하며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 역시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사모펀드(PEF) K3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로 전성기 때 800개를 웃돌았던 카페베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론칭과 베이커리전문점 ‘마인츠돔’ 등 무리한 M&A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사례로 분류된다.
2019년 밀크티 브랜드 공차를 운영하는 유니슨캐피탈은 미국계 PEF 운용사 TA어소시에이츠에 공차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했다.
공차는 2012년 김여진 대표가 한국 판권을 따내 홍대 앞에 1호점을 낸 뒤 버블티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유니슨캐피탈은 2014년 공차코리아 지분 약 65%를 인수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공차코리아는 당초 대만 버블티 브랜드에 대한 국내 판권만 갖고 있다가 일본 판권까지 따내며 사업을 확장했다. 공차는 대만 브랜드 판권을 인수했던 국내 가맹 사업이 글로벌 브랜드 사업으로 바뀌게 된 사례다.
한국외식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업들도 M&A에 대한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있지만 한정적인 시장에 대한 확장이 필수적”이라며 “식품·외식업계가 유독 시장 상황에 민감한 편이기 때문에 각종 규제 완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장수기업 비중이 높다. 그만큼 안정적인 사업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다. 식품업계가 최근 변화에 시동을 건 배경은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 악재와 달라진 소비 트렌드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에 따른 영업이익률 감소에 인구절벽이 겹치며 기존 사업만으로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도 변화를 이끈 요인이다.
변화의 중심에 선 이들은 창업주를 대신해 경영 전면에 등판한 오너가(家) 2·3세다.
동원그룹은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17일 한국맥도날드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지난주 1차 실사를 거쳐 양사는 매각 가격을 조율 중이다. 맥도날드가 제시한 매각가는 5000억원 선이다.
인수 참여는 지난해 11월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한 뒤 이뤄진 첫 대규모 투자 결정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룹 지주사 동원산업 최대주주인 ‘오너 2세’ 김남정 부회장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의 ‘참치 회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격적인 M&A 추진을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 실제 2008년 미국 참치 통조림 제조업체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14년 테크팩솔루션,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M&A를 잇달아 성사시킨 바 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배달대행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hy는 총 8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약 67%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도 창업주 고(故) 윤병주 회장 외아들인 윤호중 회장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윤호중 회장은 한국야쿠르트 사명을 hy로 바꾸며 ‘유통물류 전문기업 도약’을 새로운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오리온은 바이오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자본금을 34억원 늘렸다. 이로써 오리온홀딩스 자회사는 △오리온 △쇼박스 △오리온 제주용암수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등 4개로 늘었다. 오리온은 2019년 말 프리미엄 생수 ‘용암수’를 출시하며 생수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유업’을 뗀 사명 변경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과거 유제품 중심인 사업 구조에서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대체유와 단백질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커피전문점 ‘폴바셋’,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 등 외식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식품기업이 공격적인 도전에 나선 데는 불안한 대외 환경이 한몫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경기동향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식품산업 경기 전망지수는 91.1로 전 분기 대비 8.2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심화하는 인구절벽도 식품업계 신사업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수는 약 5144만명이다. 전년보다 19만9771명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출생자는 25만4228명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출생자 수는 2016년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인구수가 감소하면서 내수 시장만으론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저출산 문제로 인해 분유를 생산하는 유업계나 제과업계에서 사업 재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사업 확장은 재매각으로···외식업계 ‘M&A 잔혹사’
불황일수록 알짜 매물이 등장하지만 M&A는 실패 사례도 많다. 기업 회생 능력이 없는 회사들을 덜컥 인수했다가 재매각 수순을 밟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빅5’ 중 롯데리아를 제외한 맥도날드·버거킹·맘스터치·KFC 4곳이 줄줄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이마트 노브랜드 버거와 SPC 쉐이크쉑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햄버거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상당수 햄버거 브랜드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만큼 전통을 고집해왔고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에는 미국 얌(Yum!) 브랜드가 보유한 한국 피자헛이 매각됐다. 국내 진출 당시 한때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피자헛은 부진을 거듭한 끝에 팔렸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불고기브라더스는 증자와 감자를 거듭하며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 역시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사모펀드(PEF) K3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로 전성기 때 800개를 웃돌았던 카페베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론칭과 베이커리전문점 ‘마인츠돔’ 등 무리한 M&A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사례로 분류된다.
2019년 밀크티 브랜드 공차를 운영하는 유니슨캐피탈은 미국계 PEF 운용사 TA어소시에이츠에 공차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했다.
공차는 2012년 김여진 대표가 한국 판권을 따내 홍대 앞에 1호점을 낸 뒤 버블티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유니슨캐피탈은 2014년 공차코리아 지분 약 65%를 인수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공차코리아는 당초 대만 버블티 브랜드에 대한 국내 판권만 갖고 있다가 일본 판권까지 따내며 사업을 확장했다. 공차는 대만 브랜드 판권을 인수했던 국내 가맹 사업이 글로벌 브랜드 사업으로 바뀌게 된 사례다.
한국외식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업들도 M&A에 대한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있지만 한정적인 시장에 대한 확장이 필수적”이라며 “식품·외식업계가 유독 시장 상황에 민감한 편이기 때문에 각종 규제 완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