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현대리바트 등 가구업계가 ‘입찰 담합’ 혐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대비 특판 가구 납품가는 1% 미만이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주범으로 낙인 찍혀서다.
특판 가구 납품 업체는 아파트 시공사나 시행사의 최저가 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유사한 디자인의 시판가구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납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상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가구 업체들은 담합 혐의로 인해 신규 특판 가구 납품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6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가에 비하면 특판 가구 납품가는 1% 수준에 못 미친다. 지난해 3.3㎡당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서울 2798만원(부동산R114 기준)으로,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5㎡(33평형) 기준 분양가가 7억원대다.
가구 업계에 따르면 전용면적 85㎡에 공급되는 특판 가구 평균 납품가는 500만원 정도다. 전용면적 85㎡ 평균 분양가의 0.7%에 불과하다. 특히 전용면적이 101㎡(40평형), 134㎡(50평형)로 커져도 특판 가구 평균 납품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평형대가 커질수록 특판 가구 납품가가 아파트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되레 감소하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특판 가구 가격 결정 구조와 마진율 등을 고려하면 가구 업체들이 아파트 분양가를 올린 주범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특판 가구 시장에서 저가 수주로 도산하는 업체가 많다”고 토로했다.
특판 가구 납품 단가가 애초에 낮게 결정되다 보니 가구 업체가 가져가는 마진율도 낮은 편이다. 아파트 시공사나 시행사는 비공개 입찰을 거쳐 특판 가구 납품 업체를 선정한다. 업체 1곳이 단독으로 납품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넥시스‧우아미 등 가구 업체 2~3곳이 주방 가구와 수납 가구를 나눠 설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B사 관계자는 “특판 가구 마진율은 0.5%정도다. 많이 잡아봐야 최대 3%”라며 “대규모 수주를 하더라도 인건비 비중이 높고 원자재 가격 상승, 건설 진척 상황 등에 따른 위험 요소가 크기 때문에 수익 구조 마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복합 위기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담합 논란으로 인해 시장이 더 위축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가구 업체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납품 계약 시 불이익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검찰이 사실상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하는 모든 가구 업체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은 업계에 부담이다.
한편, 가구 업체들은 지난 1일 1조원대 담합(공정거래법‧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가구 업체 10곳이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특판 가구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의심하고 있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먼저 조사한 후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없이 검찰이 직접 인지해 수사에 들어갔다. 다만 공정거래법 위반 범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