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했던 ‘이대남(20대 남성)’, 가까운 내 친구 A군의 정치적 정체성이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을 승자로 만드는 데 어쨌든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게 바로 이대남이다. 많은 논란도 있지만, 그들은 대선 과정에서 가장 뜨거웠던 보수정당 지지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달라졌다. 대선 이후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멀어지면서 이대남들도 국힘은 물론 정치권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최근 만난 그가 그랬다. 그는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잘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자신이 지지했던 이 전 대표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과의 갈등에 따른 당 내홍 등에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여당 관련 뉴스로 언급되는 △3·8 전당대회(전대) △안철수·김기현 양강 구도 △나경원 사태 등의 키워드에도 심드렁했다.
그는 오는 전당대회엔 아예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당권주자 간 힘겨루기는 듣고 싶지 않은 듯했다.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정치의 ‘정’ 자도 꺼내지 않았다.
이에 반해 당내 상황은 다르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가는 현장은 지지자들의 열기로 뜨겁다. 저마다 지지하는 후보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들고 응원에 나선다. 후보자가 발언할 때면 함성과 박수 소리가 현장을 가득 채운다.
지난 1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는 그와 셀카를 찍기 위해 모인 당원들과 지지자들로 한때 입구가 가로막혀 혼잡을 빚기도 했다. '지옥철'이라 불리는 9호선 출퇴근길을 연상케 했다.
이렇듯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괴리되는 현상은 경선 룰이 바뀔 때부터 예고된 결과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대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며 “이념과 철학 목표가 같은 당원들이 대표를 뽑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년 반 사이에 약 80만명으로 늘어난 책임당원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무당층의 여론이 배제됐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여론조사는 주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과정에서 '당원이냐고' 물어볼 수 없어 지지층 민심과 당심이 다르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지층 민심’과 ‘당심’이 같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심이 민심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 국민 대상으로 했을 때는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김·안 의원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유 전 의원이 2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안 의원 13.8% △나 전 의원 10.7%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332명을 대상으로 당권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의원 28.2% △안 의원 19.5% △나 전 의원 14.9% △유 전 의원 8.4%로 조사됐다.
이후 민심의 지지를 받았던 유 전 의원과 나 전 의원이 잇달아 사퇴하며, 지금의 ‘김기현·안철수’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번 전대가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축제의 장인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그들만의 축제가 되지는 않을지 의문이 든다.
정 위원장은 “다가오는 전당대회는 우리 당을 집권여당으로 만들어 준 당원들에 의한, 당원들을 위한 축제로 준비하려 한다”고 했다. 전대 출마자들 역시 한목소리로 “전대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당원들을 위한 축제가 아닌 당원들‘만’을 위한 축제로 보인다.
당원들만을 위한 행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당직자를 뽑는 선거에 당원 의사만 반영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책임당원이 국민의힘 주인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전대가 내년 총선 승리에 있어 중요하다면서, 민심과 멀어지는 듯한 행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당대표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내년 총선에서는 ‘또 민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니,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전대가 열리는 3월은 그야말로 ‘상춘’이다. 상춘은 항상 봄이 계속된다는 '常春'과 봄을 즐긴다는 '賞春'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겨울을 지나 봄에 새로운 지도부 탄생은 축하할 일이다.
과연 상춘이 될 수 있을까. 당심이 중요하다면 이제라도 유력 당권주자 간 설전과 공방은 최소화해야 한다. 집권여당의 전대가 화합과 통합으로 꽃 핀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격상하려면 유력 당권주자들은 윤심보다는 민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달라졌다. 대선 이후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멀어지면서 이대남들도 국힘은 물론 정치권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최근 만난 그가 그랬다. 그는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잘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자신이 지지했던 이 전 대표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과의 갈등에 따른 당 내홍 등에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여당 관련 뉴스로 언급되는 △3·8 전당대회(전대) △안철수·김기현 양강 구도 △나경원 사태 등의 키워드에도 심드렁했다.
그는 오는 전당대회엔 아예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당권주자 간 힘겨루기는 듣고 싶지 않은 듯했다.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정치의 ‘정’ 자도 꺼내지 않았다.
이에 반해 당내 상황은 다르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가는 현장은 지지자들의 열기로 뜨겁다. 저마다 지지하는 후보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들고 응원에 나선다. 후보자가 발언할 때면 함성과 박수 소리가 현장을 가득 채운다.
이렇듯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괴리되는 현상은 경선 룰이 바뀔 때부터 예고된 결과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대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며 “이념과 철학 목표가 같은 당원들이 대표를 뽑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년 반 사이에 약 80만명으로 늘어난 책임당원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무당층의 여론이 배제됐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여론조사는 주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과정에서 '당원이냐고' 물어볼 수 없어 지지층 민심과 당심이 다르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지층 민심’과 ‘당심’이 같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심이 민심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 국민 대상으로 했을 때는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김·안 의원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유 전 의원이 2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안 의원 13.8% △나 전 의원 10.7%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332명을 대상으로 당권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 의원 28.2% △안 의원 19.5% △나 전 의원 14.9% △유 전 의원 8.4%로 조사됐다.
이후 민심의 지지를 받았던 유 전 의원과 나 전 의원이 잇달아 사퇴하며, 지금의 ‘김기현·안철수’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번 전대가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축제의 장인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그들만의 축제가 되지는 않을지 의문이 든다.
정 위원장은 “다가오는 전당대회는 우리 당을 집권여당으로 만들어 준 당원들에 의한, 당원들을 위한 축제로 준비하려 한다”고 했다. 전대 출마자들 역시 한목소리로 “전대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당원들을 위한 축제가 아닌 당원들‘만’을 위한 축제로 보인다.
당원들만을 위한 행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당직자를 뽑는 선거에 당원 의사만 반영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책임당원이 국민의힘 주인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전대가 내년 총선 승리에 있어 중요하다면서, 민심과 멀어지는 듯한 행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당대표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내년 총선에서는 ‘또 민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니,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전대가 열리는 3월은 그야말로 ‘상춘’이다. 상춘은 항상 봄이 계속된다는 '常春'과 봄을 즐긴다는 '賞春'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겨울을 지나 봄에 새로운 지도부 탄생은 축하할 일이다.
과연 상춘이 될 수 있을까. 당심이 중요하다면 이제라도 유력 당권주자 간 설전과 공방은 최소화해야 한다. 집권여당의 전대가 화합과 통합으로 꽃 핀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격상하려면 유력 당권주자들은 윤심보다는 민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