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외교클릭] 정부, '中 비자발급 제한', 상호주의로 해제해야

2023-02-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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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28일 이전 해제할 수도 있어" 해법 제시

다양한 의견 구해 중국 특수 놓치지 말아야

[정연우 정치부 기자]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만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부장. 이들은 사자성어를 주고받으며 한·중 관계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차를 드러냈다.

왕 부장이 ‘삼십이립(三十而立·서른살에 학식이 일가를 이룬다)’이라고 운을 띄우자 박 장관은 ‘화이부동(和而不同·공동의 이익을 찾되 차이점은 인정한다)’이라고 화답했다.

이때만 해도 한·중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북핵과 공급망 확대 이슈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기조에 대해 중국은 받아들였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한 것이다.

이후 5개월 지난, 지금 한·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의무화를 둘러싸고 양국 정부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씨는 우리 정부가 지폈다. 지난달 초 한국은 일본과 함께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대응했다. 한국 국민에 대한 단기 비자, 일본 국민에 대한 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한국 국민에게 72∼144시간 동안 중국 공항 등 지정된 곳에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던 비자 면제도 중단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중국에 사실상 보복조치를 내렸다. 중국인 단기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연장한 것.

중국은 우리 정부의 보복 조치에 강도를 높였다. 1일부터 한국발 중국 도착 여객이 탑승객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의 대응은 우리와 달랐다. 일본 정부는 중국 입국자에 대해 검사 등을 의무화했지만, 중국인의 일본 입국을 막는 비자 발급 제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방역 조치는 유지하지만 입국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에 일본인 일반 비자 발급 수속을 재개했다. 이는 외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 언론들도 중국 경제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양국 교역 확대를 위해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뒤늦게 우리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우리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전문가 검토를 거쳐서 2월 28일 이전 해제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굳이 상호주의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내수와 수출 모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중국 경제 회복은 우리에겐 기회일 수 있다. 

‘집사광익(集思廣益)’.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갈량이 쓴 글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나라의 이익을 넓힌다는 뜻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언론, 정치권, 경제계 등의 폭넓은 의견을 구해서 코로나 19 검사로 촉발된 한·중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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