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3월을 주시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31일(현지시간) 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내달 2일 미 연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등 총 3개의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발표한다.
반면 ECB와 영란은행은 이번에 0.5%포인트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3월을 기다리고 있다. 3월에 이들 중앙은행의 긴축 향방을 더욱 정확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준이 3월에 한 번 더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아 금리를 5%까지 올린 뒤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연준은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향방을 담은 점도표와 함께 경제 전망을 제시한다. 점도표를 통해서 연준이 얼마나 높은 금리를 얼마나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 엿볼 수 있다. 만약 연준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3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다면 금융시장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ECB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 블룸버그는 “ECB가 이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라며 “초점은 3월이다”라고 전했다. ECB가 3월에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 의지를 되풀이할지 아니면 인상 규모를 줄이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ECB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돈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유지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감과 함께 캐나다 중앙은행이 긴축을 중단하겠다고 못 박은 점은 ECB의 속도 조절 관측에 무게를 둔다.
ECB 내부는 분열돼 있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라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핀란드, 아일랜드, 발트해 연안국 등의 당국자들은 2월과 3월에 각각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강경 매파로 통하는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중순 전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이탈리아와 그리스 중앙은행의 당국자들은 점진적인 인상 속도를 주문했다.
유로존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난방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개입 영향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 위기와 일부 유럽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반등 리스크가 공존하는 점은 ECB의 고민거리다. 스페인의 1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5.8% 상승하며 전달(5.5%)보다 속도가 가팔라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8%도 웃돌았다.
독일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 감소하며 전문가 전망치(0% 증가)를 하회했다. 독일이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만큼, 기술적 경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독일이 여전히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점에 비춰 ECB가 매파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데이터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파비오 파네타 ECB 집행위원은 “우리의 12월 결정은 당시 이용할 수 있는 예측에 근거한 것”이라며 “3월에 우리는 새로운 지표들을 보게 될 것이고 상황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본 중앙은행(BOJ)도 주시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임기가 4월 8일에 만료되는 만큼, 구로다 총재가 3월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서 신임 총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역시 시장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