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북한인권특사에 줄리 터너 미 국무부 인권·노동국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을 지명했다. 2017년 이후 6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무부 인권·노동국의 줄리 터너 동아시아·태평양(동아태) 담당 과장을 대사급인 북한인권특사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터너 지명자에 대해 "국무부 동아시아 인권 노동국에서 16년 이상을 근무했고 북한인권특사 사무실 특별보좌관을 지내는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주로 담당해왔다"고 소개했다.
터너 지명자는 국무부에서 인턴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학사 학위는 페퍼다인 대학교, 석사 학위는 칼리지 파크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받았다. 영어 외에도 불어와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터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 특사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할 때 동남아 보좌관 자격으로 배석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북·미관계가 잠시나마 해빙 조짐을 보였던 가운데 북한인권특사 자리는 현재까지 공석이었다. 북한 인권문제 제기는 북한과의 협상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과 201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하지 않도록 할 만큼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소극적이었다. 미국 조야에서는 미국 정부가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화당 및 미국 보수 진영에서도 북한인권대사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만큼 의회 인준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영 킴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최근 닛케이아시아에 "바이든 정부는 세계 곳곳에 인권 증진을 강조하면서 집권했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고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 인권을 보호하는 데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인권특사 자리가 공석인 것을 비판한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이후 외교 정책의 중심에 인권을 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의 특사 지명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한국 정부와의 '보폭 맞추기' 측면으로 풀이된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의제로 내세워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유엔 결의안 등 북한 인권 논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양자 차원의 협의 채널 가동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이날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에 "터너는 북한 인권 상황에 잘 알고 이해하는 훌륭한 인물"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이와 별개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공급 등 인도주의 지원도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VOA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도주의적 지원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면서도 예비적 논의는 이뤄질 것으로 봤다. 북한은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제국주의가 주는 원조는 우리를 예속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거절해왔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지난 6일에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대북 제재의 예외 사항이라며 북한 주민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와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은 VOA에 "터너는 이 같은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에 신뢰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