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카카오 '먹통' 보상 아직 안 끝났다…끝까지 진정성 있는 모습 보여야

2023-01-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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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

카카오가 카카오 서비스 무료 이용자들에게 지난해 10월 '먹통' 사태에 대한 보상을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여론을 보면 알 수 있듯 썩 좋은 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90일 한정 이모티콘 2종과 1개월 뒤면 유료 전환되는 톡서랍 이용권, 그리고 카카오 플랫폼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5000원어치 상품권만으로는 장장 100시간이 넘는 오류에 지친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무료 이용자 대상 보상 규모만 5000억원이 넘어간다고 주장하지만 이 중 실질적으로 카카오의 비용으로 부담되는 액수가 그렇게 많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차피 대다수는 카카오가 그냥 발행하면 되는 재화라는 점에서다.
 
예견된 결과였다. 무료 이용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전례가 없었을 뿐더러 카카오톡의 일간 이용자 수만 4000만이 넘기 때문에 이들이 일일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현실적으로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도 이모티콘 등을 배포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만일 카카오가 정말 막대한 규모의 비용을 투입해 보상안을 마련한다면 더욱 큰 진정성을 보일 수 있었겠지만, 이 경우 당장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에 따라 카카오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업무상 배임을 주장할 여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카카오로서도 쉽지 않은 고민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피해 보상안에 대한 만족 여부와는 별개로 말이다.
 
사실 이번 '먹통' 사태 보상의 관건은 카카오서비스를 이용해 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톡채널 등 카카오톡 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제품 판매나 이용자 예약·주문 등에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들이나,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택시 계약을 맺고 택시를 운행하는 '카카오T블루' 기사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입은 피해액을 산정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고, 명백하게 카카오 서비스의 오류로 인해 손해를 봤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들에게만큼은 납득할 만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만 이해 관계자들과 상생하겠다는 카카오의 약속이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현재까지 카카오가 이들에게 발표한 보상안은 피해 접수를 한 소상공인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최대 5만원의 지원금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피해 액수에 따라 지원 액수에 차등을 뒀다. 어쨌든 각계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피해지원 협의체를 통해 합의된 내용이고, 비교적 보상 기준도 명확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카오의 피해 보상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카카오가 과연 최선을 다해 보상을 위한 노력을 끝까지 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선 50만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게 추가 지원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피해 입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50만원 이상의 손해를 본 소상공인들의 규모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들을 일일이 찾아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어쨌든 작지 않은 규모의 피해이니만큼 카카오도 이들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 합리적인 보상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피해 보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카카오T블루 기사들과 피해 보상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카카오T블루 기사들의 경우 규정상 카카오T 외의 다른 호출 앱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카카오T '먹통'으로 인한 피해가 일반 택시기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으로 꼽힌다. 가맹택시 계약을 맺은 대가로 카카오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20%를 떼 가는 구조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미 지난해 11월 회사 측에서 카카오T가 가동을 중단한 시간만큼은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지만, 아직 이 시간 동안 앱이 정상적으로 가동됐을 경우 기대할 수 있었던 수익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상안이 논의되고 있다. 논의 과정이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납득할 수 있는 보상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카카오 입장에서야 최대한 서비스 장애와 이해관계자들이 입은 피해 간의 관계를 옅게 하고, 그럼으로써 최대한 피해 보상 액수를 감면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 이해관계자들과의 여러 논의 과정에서도 카카오 측에서 상대방에 '대체할 방법이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니지 않느냐', '구체적인 피해 액수를 산정하기가 어렵지 않느냐' 등의 논리로 최대한 보상 액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렇지만 카카오가 진정성 있는 보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비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결정이 이어져야 한다. 거대 플랫폼의 위치에 올라 있다면 그만한 왕관의 무게도 버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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