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난 리스크가 커지자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운영사 중 절반가량이 금리를 7%대까지 끌어올렸고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최고 13%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약관대출 한도까지 줄이고 있다. 보험권마저 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택담보대출(변동금리·대출기간 10년·LTV 33.3% 기준·아파트담보)을 취급하는 국내 12개 보험사 중 한화생명·교보생명·삼성화재·신한라이프·ABL생명 금리 상단이 7%를 상회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금리 상단이 7%를 상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3개사가 추가로 7%대에 돌입한 것이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화재가 7.28%로 가장 높았으며 신한라이프 7.25%, 교보생명 7.24%, 한화생명 7.20%, ABL생명 7.08% 순이었다.
보험권 신용대출 금리가 13%에 육박한 점도 눈에 띤다. 지난해 11월 기준 무증빙형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KB손해보험이 12.98%로 가장 높았고 흥국화재도 12.7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무증빙형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교보생명이 10.35%로 높았고 한화생명 10.10%, 흥국생명 9.85%, 신한라이프 9.56%, 삼성생명 9.39%로 집계됐다.
여기에 한도를 줄이거나 판매 채널을 축소하는 등 약관(보험계약)대출 문턱도 높이는 추세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을 담보로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약환급금 대비 50~95% 범위 내에서 일정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출 심사가 필요 없어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중도 상환 수수료나 연체이자도 없어 금융권에선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현대해상은 이전까지 약관대출 한도가 해지환급금 대비 60%로 동일했지만 올해 보험계약 잔존만기(보험만기-대출일자)에 따라 대출 한도를 0~60% 범위 내에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달부터 약관대출 한도를 95%에서 90%로 축소해 운영 중이다. 교보생명은 대출중개 플랫폼을 통한 약관대출을 오는 3월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저축은행에 이어 보험권도 자금 누수를 막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 시장 리스크가 여전해 제2금융권에서는 보수적 자금 운영이 필요하지만 보험권이 지난해 총 8조원 넘는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3분기 생명·손해보험업계 누적 순이익은 각각 2조9437억원, 4조8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 다소 부진했지만 금융권에선 지난해 보험업계 순이익이 총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