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 심의 진행은 안 된 상태였다. 당시 여야는 양곡관리법 내용을 두고 입장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쌀 소비가 급감하는 가운데 양곡관리법이 오히려 구조적 생산과잉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쌀값 정상화와 농민 보호를 근거로 들며 법안 통과를 주장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로 넘어온 법안이 60일 이내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포함해 농해수위 야당 위원 전원 찬성으로 양곡관리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법사위 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양곡관리법을 위원장 권한으로 오전 전체회의에 직권 상정한 뒤, 오후 회의 때 법안심사제2소위로 회부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며 회의에서 집단 퇴장했다.
野 "양곡관리법 2소위 회부 원천 무효...김도읍 위원장 폭거 엄중 경고"
법사위 민주당 위원들은 회의 퇴장 직후 김 위원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사위 민주당 위원 일동은 김 위원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폭거에 항의하고 엄중 경고한다"며 "양곡관리법의 2소위 회부는 원천 무효"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 의원은 "쌀값 안정화를 위한 시장격리 의무화를 반대하는 것도 허울에 불과했다"며 "애초부터 개정안 심사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사위를 동원해 국회법에 따른 적법 절차 진행을 가로막고 민생 현안을 해결하려는 야당의 정당한 노력에 어깃장을 놓는 청개구리 행보"라며 "오늘 김 위원의 행동은 지난 21년 여야가 합의한 근본정신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그에 따른 모든 정치적 책임은 김 위원장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1년 7월 법사위는 여야 교섭단체 간 합의에 따라 체계자구심사 중인 법안에 대한 소관위원회의 본회의 부의 요구 가능 기간을 60일로 단축한 바 있다. 당시 법사위의 상임위 법안 심사에 대한 법사위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 개정 취지였다.
아울러 기 의원은 "국회에도 위원장 기피신청 제도를 신설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재판부엔 재판부 기피신청이 있다. 국회에서도 법사위원장의 이러한 일방적이고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회의 운영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與 "野, 법사위 파행하려 꼼수...폭거와 독재의 장본인들"
법사위 국민의힘 위원들도 민주당 규탄 성명서를 내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민주의 행태는 법사위를 파행시키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주장은 그야말로 허위이자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양곡관리법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시 30일간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협의하여 본회의 부의하게 되어있다"며 "아직 여야 각 교섭단체 협의 기간이 도래되지 않아 양곡관리법은 아직 법사위 소관으로 상정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부연했다.
또 "법안의 2소위 회부는 김 위원장 직권 회부가 아닌 법사위원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위원장에게 요청한 것이고 이는 오랜 원칙과 관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야말로 폭거와 독재의 장본인"이라며 "임대차3법과 공수처법, 검수완박법 등을 날치기 단독 처리한 민주당이 과연 독재를 운운할 자격이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오전 회의에도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설전'을 벌였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농해수위 과정 속에서 (양곡관리법 부작용에 대한) 현실적 대안도 많이 제출했지만 그걸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건 국민의힘 위원들"이라며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무소속 의원과 타 농작물과의 형평성까지 들먹거리며 애정과 진정성을 보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야 말로) 이 법이 그렇게 필요했으면 다수 의석을 가진 문재인 정부에서 농민을 위해 진작 통과시켰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고 나니 이제서야 왜 그런 애정을 보이는지 우선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