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MS 개정] 더 엄격해지는 중국산 원자재 검열...제강사들, 내수화 '사면초가'

2023-01-1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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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열연가격 中보다 64%↑

PMS 개정 땐 제강사에 각겨 부담 전가 우려

對美 수출 경쟁력 빨간 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원자재를 배제하는 무역장벽을 올해도 이어갈 예정인 가운데 국내 기업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값싼 중국산과 비교해 국산 원자재 가격이 최대 2배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업계 원자재 중 하나인 열연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 철강 제품은 미국의 특별시장상황(PMS)에 의해 현재까지 반덤핑관세 대상으로, 원자재 내재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산과 비교해 지나치게 비싼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국내 제강사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 열연(SS275) 유통가는 t(톤)당 105만원을 기록 중이다.

열연은 동국제강, 세아제강, 동부제철 등 국내 제강사들이 강판, 강관 등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하는 원자재다. 국내에서 열연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은 고로를 가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사실상 전부며, 제강사들은 이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열연 생산량 중 상당 부분을 포스코가 차지하고 있어 포스코는 국산 열연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지배자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열연 가격은 국제 시장가격을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제강사들은 원자재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국제강과 세아제강은 매출 중 각각 20%, 30% 수준을 미국 수출에 의지하고 있는데 비싼 국산 열연으로 인해 중국산 열연을 100% 거부하는 미국 정책에 대응하기 힘든 실정이다. 

1월 기준 중국과 일본의 열연 가격은 항구 선적 기준 t당 약 64만원이다. 국산 열연 유통가인 105만원과 비교해 39% 저렴하다. 중국산 열연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관세와 물류비를 지불한다 해도 95만원 수준에 거래된다. 열연은 철강 제품을 만들기 전인 반제품으로 그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차는 크게 난다고 제강사 관계자는 설명한다.

즉 국내 제강사들이 철강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원자재 비용은 중국 기업과 비교해 64%가량 높은 셈이다.

국내 제강사들은 2015년 오바마 정부 때 PMS가 제정됨에 따라 미국 수출 시마다 협의를 통해 반덤핑관세를 적용 중이다. 기업마다 관세율은 상이하지만 중국산 열연을 완전히 배제하면 1% 후반대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값싼 중국산 열연을 사용해 미국 시장을 교란한다며 한국산 철강 제품에 적용된 PMS는 값비싼 국산 열연을 사용해도 적용되고 있다. 

이르면 올해 강화된 PMS 개정안이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율 명시화가 주요 현안이다. 더 이상 국내 기업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반덤핑관세율을 흥정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산업계에서는 미국이 PMS 적용 대상 제외 조건으로 미국을 대상으로 한 제품뿐 아니라 모든 제품에 중국산 열연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물류비, 생산물량 등을 고려하면 국산 열연 외에는 대안이 없는데 제강사 이익을 가격 결정권자인 제철소에 넘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국산 원자재 가격차는 철강업계뿐 아니라 석유화학시장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러시아산 나프타에 대한 제재도 가시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정희 정권에서 제철소는 제강사 부흥을 위한 기반산업 역할을 해왔다”며 “지금에 와서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제강사 측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수 기업이 시장지배자 위치에 있어 이를 적절히 조율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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