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5일 전국 공동 주택을 시작으로 의무화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 배출제'는 시행 이후 약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현장에 혼란도 일부 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자리 잡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투명 페트병 재활용 정책의 성공 요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기업·정부·시민의 활발한 동참이다. 기업은 무라벨 생수병 등 제작 단계부터 재활용하기 용이한 제품을 생산했고, 정부 기관은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재활용 효율을 높였다. 시민들은 높은 의식을 바탕으로 협조했다.
이처럼 리사이클링이 필요한 육지의 대표적 쓰레기로는 페트병이 있다면 해양에서는 폐어망이 해양을 오염시키는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어망은 연간 약 4만4000톤(t) 수준이다. 어획에 사용된 어망이 육지에 이르지 못하고 바닷속에서 유실됨으로 인해 폐사하는 해양 생물은 전체 어획량 중 10%를 차지할 정도다. 폐어망은 비단 우리나라 바다만의 문제가 아닌데, 미국 국립과학원이 연구한 결과 매년 약 64만t에 달하는 폐어망이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필자가 몸담은 플리츠마마는 폐페트병 자원화를 통해 제품을 출시한 경험을 토대로 이와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며 폐어망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 열린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폐어망을 최초로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만든 플리츠백을 선보였고 같은 해 11월에는 일반 고객 대상으로 본격적인 폐어망 리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하는 등 폐어망 해양오염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폐어망도 폐페트병 못지않은 중대한 환경 문제지만 폐어망 재활용은 투명 페트병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행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그렇다면 폐어망 리사이클링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먼저, 어망 자체를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로 제작해야 한다. 전술한 것과 같이 현재 나와 있는 어망은 대부분 나일론·PE·PP 등 여러 소재가 혼합돼 있다. 기업이 연구개발을 거쳐 어망을 나일론 단일 소재로 생산하거나 재활용을 고려해 각 소재가 잘 분리될 수 있는 형태로 생산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항구마다 폐어망 배출 장소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등 정부 기관이 적극 개입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5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어구에 대한 전 주기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어구 생산·판매업 제도를 신고제로 운영한다고 한다. 어구실명제나 어구일제회수제에 더해 각 항구와 연계한 배출 체계가 구축된다면 원활한 수거가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자원 순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폐어망 활용 가방 외에도 플리츠마마는 여러 측면에서 폐어망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폐어망 전 처리(세척·소재 분리) 기업인 넷스파와 손잡고 남해안 지역에 폐어망 분리 배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폐어망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효성과 협업해 리사이클링 제품화를 연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으로는 플리츠마마·효성티앤씨·넷스파 임직원을 대상으로 폐어망 분리 배출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직접 폐어망 분리 배출에서부터 이소재를 분리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처리 과정을 직접 함께 해봄으로써 국내 폐어망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분리 배출에 대한 중요성을 체감하고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추후 리사이클링 제품 출시 시 영상 콘텐츠로 제작돼 일반 소비자에게 해양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보다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렇게 지구와 바다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기업과 정부가 다방면으로 힘을 합한다면 폐어망도 폐페트병처럼 양질의 고부가가치 소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